부모가 자살로 세상을 떠나면 배우자나 자녀 등 유족들은 갑작스러운 죽음에 따른 생각지 못한 일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 중 사망한 가족의 금전 관계나 생전엔 몰랐던 가족 간 이야기 등 때문에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는 이가 많습니다. 조동연씨의 이야기에서 자살 유족들이 생각하고 기억할 부분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고인에게 남은 부채가 있다면 법률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가족의 자살 앞에서 유족들은 황망함과 당혹감을 경험하는 탓에 재정적인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동연씨는 아버지가 남기신 부채를 갚기 위해서 밤낮없이 일하고 매달 정산을 하면서도 한정승인에 대한 정보를 몰랐고, 찾을 생각도 못 했다고 합니다. 가족이 상속을 받되 상속 재산 한도 내에서 채무를 갚는 ‘한정승인’이 가능하다는 걸 알았다면 좀 더 수월하게 채무를 상환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한정승인은 피상속인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안 날로부터 3개월 내 가정법원에 신청해야 하지만 조씨는 이러한 정보를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3개월 후 알았기 때문에 도움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집안에 또 다른 ‘자살 희생자’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다른 의구심은 불필요합니다. 조씨는 그의 할아버지와 작은아버지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아버지의 형들도 자살을 시도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자녀들에게 ‘자살 DNA’를 끊어야겠다고 결심합니다. 그러나 ‘자살 DNA’라는 건 따로 있지 않습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불안정한 마음을 제대로 치료받거나 도움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것을 명확히 인식해야 합니다. 다수의 자살이 가족 내에 있었다는 건 분명 가슴 아픈 일이지만 과거를 넘어 현재 내 감정과 생각을 충분히 표현할 기회를 갖는 게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정신건강을 돌보는 일을 적극적으로 하셔야 합니다. 조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3년쯤 지났을 때 일 처리에 바빴던 상황이 정리되자 그동안 미뤄뒀던 슬픔의 강도가 강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우울을 앓으면서 6개월 동안 약을 먹었고 자신을 돌보면서 회복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의 자살로 인한 죽음은 유족에게 애도의 고통을 경험하게 합니다. 이러한 애도를 지연시키게 되면 지연된 애도 장애라는 위험을 안게 됩니다. 고통스럽지만 고인이 없는 현실을 인정하고 애도 과정을 수용할 수 있도록 약물 상담 자조모임 등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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