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란 12일 전쟁’이 지난 24일 미국의 중재로 휴전에 들어간 가운데 당시 교민들이 느꼈던 극심한 공포가 시간이 지나며 하나둘 전해지고 있다.
전쟁 중 교민 100명을 요르단과 이집트로 안전하게 피신시켰던 이강근 이스라엘 한인회 회장을 3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K라운지에서 만났다.
이 회장은 이번 전쟁을 ‘심장을 죄는 공포’로 기억했다.
그는 “30년 가까이 이스라엘에 살며 이런저런 충돌을 경험했지만 이번처럼 무서웠던 적이 없었다”면서 “방공망을 뚫고 떨어지는 탄도미사일의 위력과 폭발이 충격적이었다”고 털어놨다.
히브리대 정치학 박사이면서 장로교 목사인 이 회장은 미사일과 자폭 드론이 날아다니는 이스라엘에서 여행객과 유학생 등 교민 피란 행렬을 이끌었다. 이 과정에서 요르단 및 이집트 한인회와 긴밀히 소통하며 안전한 탈출을 지원했다.
이스라엘 한인회는 무력충돌 직후 그 어떤 나라 교민회보다 발 빠르게 우리 국민 피란 대책을 마련했다. 지난 15일 이스라엘 교민들이 요르단으로 급히 이동 중이란 사실이 국민일보 보도를 통해 처음 알려지면서 이스라엘과 요르단, 이집트의 한국대사관까지 지원에 나섰다.
무력 충돌이 시작되면서 이스라엘에 있던 성지순례객과 출장자, 유학생 등 단기 체류자들은 완전히 발이 묶였다.
이 회장은 “교민들은 집이나 동네마다 정해진 방공호로 피신하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했지만 단기 체류자들은 호텔 객실이나 기숙사 등에서 완벽한 고립에 내몰렸다”면서 “목회자로서 이런 분들을 사지에 둘 수 없어 한인회 임원들과 단톡방부터 만들고 긴급 피란 계획을 수립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이 회장은 이집트로 향했던 마지막 피란길을 ‘역(逆) 엑소더스’라고 표현했다. 3400여년 전 출애굽의 반대 방향으로 피란을 간다는 의미다. 하지만 타바 국경에서 시작된 10시간 버스 피란길은 시작부터 험난했다.
우리 외교부는 현재 이 지역을 여행경보 3단계(출국 권고)로 설정했다. 이집트의 한국대사관도 교민들의 버스 이동에 난색을 표했지만 대안이 없었다. 수차례 확인과 대비 끝에 피란 버스는 24일 새벽(현지시간) 카이로에 무사히 도착했다.
이 회장은 “우리 총영사도 마중 나오고 이집트 한인회는 물론이고 카이로의 한식당에서 도시락도 준비해 줘 교민들이 여독을 풀 수 있었다. 민박까지 제공돼 안전하게 쉴 수 있었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번 일로 얻은 게 많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8~9월 중 이스라엘과 요르단, 이집트 한인회 회장단이 만나 각국이 어려움을 겪을 때 교민 안전을 위한 3국 협력체계 구축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터뷰 말미 성지의 평화를 꿈꾼다고 한 이 회장은 이사야 19장 23절을 인용했다.
“그 날에 애굽에서 앗수르로 통하는 대로가 있어 앗수르 사람은 애굽으로 가겠고 애굽 사람은 앗수르로 갈 것이며 애굽 사람이 앗수르 사람과 함께 경배하리라.”
글·사진=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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