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의 바람을 타고 정유업계도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데이터 저장·처리 과정에서의 발열이 골칫거리인데 열을 낮추는 방안으로 액침냉각 기술이 주목을 받으면서 업체들도 앞다퉈 이 사업에 뛰어드는 모양새다. 액침냉각은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나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미래산업에도 수요를 확대하고 있어 정유업계 미래 먹거리로도 꼽힌다.
GS칼텍스는 LG유플러스 평촌2센터(경기도 안양) 실증 데모룸에 액침냉각유 ‘킥스 이머전 플루이드 S30’을 공급한다고 26일 밝혔다. 액침냉각이란 서버나 배터리 등 열이 발생하는 전자기기를 전기가 통하지 않는 비(非)전도성 액체에 전자기기를 직접 담가 냉각하는 방식이다. 공기를 사용하는 공랭 방식보다 전력 사용량을 줄일 수 있고, 공기 팬 등 추가 냉각시설이 필요하지 않다는 이점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사용이 확대되면 고성능 그래픽처리카드(GPU) 등의 고(高)발열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며 “많은 데이터센터가 현재 주로 쓰는 공랭식에서 액침냉각 시스템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GS칼텍스는 “액침냉각 환경에서 AI 서버 운영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실증하겠다”고 밝혔다.
GS칼텍스가 액침냉각유를 공급할 평촌2센터는 레고처럼 모듈식으로 서버 컴퓨터를 추가할 수 있는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다. 이곳에 공급되는 액침냉각유에 대해 GS칼텍스 측은 “발열량이 높은 데이터센터에 요구되는 사용 안정성을 충족하는 동시에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GS칼텍스는 앞서 2023년 11월 액침냉각유 제품을 국내에 첫 출시 했었다.
다른 정유업체들도 액침냉각유 개발과 사업 확장에 나서는 중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 4월 네이버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네이버클라우드에 2028년까지 액침냉각유 ‘엑스티어 E-쿨링 플루이드’를 공급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엔무브는 지난해부터 SK텔레콤의 AI 서비스 전용 데이터센터에 액침냉각유를 공급해왔다.
액침냉각이 투입되는 건 데이터센터뿐만이 아니다. 종종 화재 관련 논란이 이는 전기차 배터리에도 액침냉각을 적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SK엔무브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인 SK온과 협력해 전기차 배터리용 액침 냉각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10월 인화점이 섭씨 250도를 넘는 고인화점 액침냉각유를 출시하면서 전기차 배터리나 ESS 등에도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 수요를 가진 액침냉각은 세계적인 탈(脫)탄소 추세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한 정유사에는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가 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리서치는 글로벌 액침냉각 시장이 연평균 18.5% 성장해 2042년에는 약 42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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