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사법제도비서관에 내정된 이진국(사진)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검찰 수사권과 기소권을 옹호하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법제도비서관은 사실상 이재명정부의 사법개혁 과제를 이끄는 역할을 한다. 수사·기소권 분리에 방점을 찍은 현 정부 기조와 상반된 인사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이 교수는 과거 그런 입장을 가졌던 때와 현재는 수사제도 등 대외적 환경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입장이다.
26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교수는 2003년을 시작으로 2017년, 2018년, 2022년 각각 논문과 언론 기고 등을 통해 정부의 검찰개혁 기조와 배치되는 주장을 펼쳤다. 검찰 수사권은 유지해야 하고, 경찰에 대한 검찰 수사지휘권 폐지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었다.
이 교수는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소속이던 2003년 ‘수사권 독립 논의에 관한 검토’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거대한 정보력과 조직력을 갖추고 있는 사법경찰이 검사의 수사 지휘로부터 벗어난다면 이는 법치국가적으로 매우 위험한 결단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이 거의 모든 수사를 검사의 통제 없이 수행한다면 피의자 입장에서는 법률 전문가인 검사에 의한 심사를 받을 기회를 박탈당한 채 사법경찰 관리의 사실상의 수사 행위에 따르게 될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슈가 재차 부각된 2017년 19대 대선 국면에서는 검찰 수사·기소권의 결합을 직접 거론했다. 그는 한 언론사 기고를 통해 “일반적으로 수사는 소추를 통한 국가형벌권의 적정한 행사를 목적으로 하므로 수사와 소추는 불가분의 관계”라며 “특정 사건에 대한 검사의 직접 수사 배제는 세계적 조류와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 발표 뒤인 2018년에는 또 다른 매체 기고에서 경찰에 대한 견제 장치 마련을 촉구했다. 한국형사법학회장을 맡던 2022년 4월에는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추진하자 원로 형사법학자 11명과 함께 비판 성명을 냈다.
과거 발언과 글을 보면 이번 정부 들어 민정수석실 산하에 신설된 사법제도비서관 역할에 들어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자리는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개혁 공약을 조정하는 지위다. 이 교수는 2023년 민주당 혁신위원을 지냈으며 지난해 4·10 총선 때는 같은 당 공천관리위원을 지냈다.
이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자신의 과거 발언 등에 대해 “지금 몇 년이 지났느냐. 어떤 상황에 와 있는지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느냐”며 “그때 논의한 것과 지금은 환경 자체가 다르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 교수 내정을 두고 정부가 사법개혁을 점진적으로 추진하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있다. 이 대통령이 ‘속도조절론’을 언급한 만큼 임기 초반부터 급진적 개혁은 추진하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다. 한 검찰 간부는 “법무부 장관과 민정수석 인사를 보면 현 정부의 정책 방향이 드러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장군 박재현 이서현 기자 genera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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