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경기도 안양 새중앙교회(황덕영 목사)에서 열리는 제3회 프레시 콘퍼런스(FRESH Conference)는 단순한 교회 행사가 아니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는 대회는 ‘모든 세대 모든 문화를 아우르는 하나의 교회’를 주제로 교회의 선교적 본질을 이야기하는 행사로 준비되고 있다. 국민일보는 이 운동을 이끄는 황덕영 목사를 25일 교회에서 만나 ‘프레시’의 정체성과 한국교회의 선교 전략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대담=강주화 종교국장
-‘하나의 교회’라는 올해 주제를 소개해달라.
“교회는 원래 하나였지만 지금은 너무 나뉘어 있다. 세대도 관심사도 신학도 교단도 나뉘었다. 물론 각자의 필요와 시대 흐름이 다르기에 구분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그 구분이 파편화로 흘러갈 때다. 다음세대 사역을 하면 선교는 놓치고, 선교에 집중하면 교육이나 예배가 뒷전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성경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예배가 100이면 선교도 100이고 다음세대도 100이다. 어떤 사역 하나가 다른 것보다 중요하거나 우선될 수 없다. 프레시는 바로 이 지점을 다시 붙잡으려는 시도다. 교회마다 은사가 다르고 사역 형태도 다양하지만, 전체를 하나로 품을 수 있는 시각이 필요하다. 예수님의 몸은 하나고 우리는 지체다. 지체는 제각기 다른 기능을 하지만 한 몸을 위해 움직인다. 프레시는 그 하나의 몸을 회복하려는 총체적 선교 운동이다.”
-‘프레시’라는 이름에 담긴 정신은.
“F는 미래(Future)다. 과거의 틀에 머물지 않고 하나님이 열어가시는 새 길로 나아가야 한다. 변화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새 일에 반응하는 신앙의 태도다. R은 부흥(Revival), 죽은 것을 살리고 무너진 것을 회복하는 성령의 역사다. 전통이 성령의 바람을 만나면 운동이 된다. E는 참여(Engage)다. 프레시는 혼자 끌고 가는 운동이 아니다. 공동 리더십과 연합을 통해 함께 만든다. S는 섬김(Serve), 예수님은 섬김을 받으러 오신 게 아니라 섬기러 오셨다. 교회도 그렇게 가야 한다. 새중앙교회에서 열리는 행사지만 교회 이름을 앞세우지 않는다. H는 추수(Harvest)다. ‘지금이 추수의 때’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핵심이다. 준비가 부족하다며 미루지 말고 지금 여기서 움직여야 한다.”
-행사가 무브먼트로 확장된 사례를 소개해달라.
“너무 많다. 처음 만난 분들이 서로 교회에 강사로 가고 지역에서 연합 사역을 시작한 사례도 많다. 어떤 분은 사역을 내려놓으려 했는데 콘퍼런스에서 비슷한 고민을 한 동역자를 만나 힘을 얻고 버텼다고 하더라. 전통 교회 안에서 새로운 실험을 하는 이들이 프레시를 통해 만나고 격려하고 동행한다. 의제보다 우정이 먼저다. 우정은 협력을 가능하게 한다. 프레시 무브먼트는 말 그대로 자원의 연결이다.”
-올해 신설된 ‘미디어 & 인공지능(AI) 선교’ 트랙이 눈에 띈다.
“AI는 이미 삶의 많은 부분을 바꿨다. 챗GPT처럼 생성형 AI가 대화하고 창작까지 한다. 그 속도는 인간의 예측을 넘어서고 있다. 교회가 여기에 침묵하거나 방관하면 세상은 교회를 시대에 뒤떨어진 집단이라고 여길 것이다. 복음의 본질은 변하지 않지만, 그 복음을 담는 그릇은 시대마다 바뀐다. 기술을 악으로만 볼 게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도구로 어떻게 선용할 수 있을지를 연구해야 한다. 이 주제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강사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섭외 기준이 있었나.
“내가 직접 섭외한 분은 거의 없다. 무브먼트의 동역자들을 통해 연결된 분들이다. 그 자체가 참여와 연결의 방식이다. 특히 올해는 의미가 깊다. 처음으로 여성 주 강사(제시 크루익생크 박사) 그리고 서구가 아닌 지역에서 온 사역자(사티시 쿠마르 목사)를 초청했다. 세계 교회의 축 이동을 반영했다. 그밖에 한국에서 창의적으로 활동하는 사역자들을 강사로 초청했다.”
-평소 ‘복음 중심의 창의성’을 강조하는데 사례를 소개해달라.
“우리 교회는 지난 3월부터 매달 경기도 파주 통일촌 교회에 교인들을 그룹으로 나눠 파송하고 있다. 그분들은 새중앙교회가 아니라 그곳에서 예배드린다. 북한이 열리면 그 지점이 바로 선교의 관문이 될 수 있다. 통일 이후를 가정한 훈련이다. 전 세계 7200개 미전도 종족의 언어로 복음카드를 만들고 성도들이 품고 기도하도록 돕는다. 올해는 미전도 종족이 가장 많은 나라인 인도로 성도들이 현장 지원 활동을 떠난다.”
-전통적 교회로 분류되는 새중앙교회가 선교적일 수 있는 비결이 있다면.
“강단 메시지가 아무리 좋아도 그것만으로 공동체가 움직이진 않는다. 말씀대로 살아낸 삶의 고백이 터져 나와야 교회가 움직인다. 우리교회가 강조하는 건 간증이다. 내가 깨달은 말씀을 붙잡고 직장이나 가정, 학교에서 한 발 내디뎠을 때 하나님이 실제로 역사하셨다는 고백이 다른 성도들에게 전율처럼 전해진다. ‘나도 해봐야겠다’는 도전이 된다. 우리 교회의 경우 중고등부 아이들이 먼저 움직였다. 주변 47개 학교에 기도 모임을 시작했다. 학교에 기도 모임을 만들었다는 친구의 간증에 아이들이 도전을 받고 운동을 이끈 결과다.”
-선교적 교회로의 전환을 바라는 교회들에 조언해달라.
“결국 당회가 바뀌어야 한다. 교회의 방향은 당회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담임목사가 혼자 ‘선교하자’ 외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당회원 중 한 명이라도 선교적으로 살아가면 그 사람이 공동체 안에서 모델이 된다. 우리 교회의 장로님들은 실제로 선교사로 살아간다. 단기선교를 넘어서 삶 전체로 선교를 증명하신다. 이런 정서가 정착되면 전통적 교회도 충분히 선교적 교회로 바뀔 수 있다.”
-프레시 콘퍼런스 다음 그림은 뭔가.
“한 해에 한 번 열리는 콘퍼런스가 프레시의 핵심은 아니다. 처음부터 무브먼트로 기획했다. 프레시라는 이름이 사라진다 해도 하나님 나라 부흥으로 이어지면 그걸로 충분하다. 파도를 일으키는 무브먼트가 되길 바란다. 구체적 사역을 위해 올해 법인을 창설했다. 그동안 선교적이고 창의적인 사역을 하다가 기존 교단 구조 안에서 어려움을 겪은 분들을 돕기 위해서다. 이름은 ‘프레시 네트워크’다. 새로운 플랫폼이자 허브, 그리고 마중물 같은 역할을 하길 바란다. 우리 교회도 교단에 소속돼 있다. 교단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교단이라는 구조는 때때로 새로움과 충돌한다. 하나님은 끊임없이 새 일을 행하신다. 새 일을 감당할 구조와 질서가 필요하다.”
-이름을 내세우지 않는 운동은 이상적이나 쉽지 않다.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할까.
‘‘나는 이를 ‘요나단 정신’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보통 성경적 연합의 모델로 다윗과 요나단을 꼽지만 대부분 연합은 이 지점에서 실패한다. 모든 이가 자신을 다윗이라고 여기니까. 우리는 요나단이 되기로 결단했다. 상대를 다윗이라 여기고 그를 돕는 마음으로 사역하면 연합은 가능해진다.”
-끝으로 지금 한국교회 선교를 어떻게 진단하고 어떤 방향을 제시하고 싶은가.
“지금은 마지막 시대다. 땅끝은 이제 먼 나라가 아니다. 오죽하면 가정 내 딸의 방과 아들의 방이 선교지라고 하지 않는가. 또 한 가지, 이제 남은 선교는 이름 없이 이뤄져야 한다. 대표적으로 북한 선교다. 이를 드러내놓고 할 수 없지 않은가. 이름 없이 빛도 없이, 그러나 분명하게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동반자와 함께해야 한다. 경쟁이 아니라 협력이다. 교회와 교회가, 교단과 교단이, 단체와 단체가 힘을 합쳐야 한다. 프레시가 협력의 파도를 일으키기를 바란다. 파도가 어디서 왔는지 아무도 몰라도 상관없다. 한국교회와 하나님 나라를 위해 헌신하고자 한다.”
정리=손동준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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