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이 복음 가치 안에서 사람 살리는 도구 되길 소망”

한국은 경제력이나 교육수준, 인터넷 보급률과 같은 생활 편의성 등에서 세계 상위권을 자랑한다. 그러나 동시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특히 10대부터 30대까지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일 만큼 청년 세대의 정신건강 문제가 크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처럼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정신건강센터의 ‘2021년 정신질환 실태조사’에 따르면 정신질환을 겪는 이들 중 12.1%만이 제때 정서적 지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타버스 기반 정서지원 플랫폼 스타트업 ‘야타브엔터’의 이성찬(34·사진) 대표는 이런 현상의 이면에 ‘낙인’의 문제가 놓여 있다고 말한다. ‘누가 알면 어쩌지?’ ‘신원이 드러나면 취업에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와 같은 두려움이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구하지 못하는 현실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최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산학관 내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상담이 누구에게나 편의점처럼 쉽게 접근 가능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사업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면 상담이 중단되던 2020년, 이 대표는 ‘상담은 꼭 얼굴을 마주해야만 가능할까’라는 물음을 품었다. 2018년 회사를 설립한 그는 일찌감치 익명 기반의 정서 지원 기술을 연구해 왔던 터였다. 이후 메타버스 환경에서 음성과 표정을 실시간 반영하는 상담 플랫폼을 개발했다.

이 플랫폼하에서는 상담자와 내담자가 모두 아바타로 접속해 가상공간에서 만난다. 아바타는 내담자의 얼굴에 드러나는 미묘한 감정변화와 표정을 반영하고 상담사는 이를 인식해 소통할 수 있다. 비대면 환경에서 오히려 신뢰 형성이 빨라지는 사례도 있었다. 한 청소년은 첫 상담 회기부터 부모의 폭력과 자해 충동을 솔직하게 털어놨고, 또 다른 내담자는 아바타를 활용한 역할극을 통해 가정 안에서 받은 상처와 억눌린 감정을 해소했다.

야타브엔터의 상담 플랫폼은 2022년 서울시교육청을 시작으로 대구 부산 전북 전남 교육청으로 확산돼 운영 중이다. 상담사는 모두 정식 자격을 갖춘 전문가들이다. 이 대표는 “심리적 문턱은 확실히 낮아지고, 편안함은 커진다”면서 “기술이 사람의 마음을 여는 따뜻한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매일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명 ‘야타브’는 히브리어로 ‘좋게 하다’ ‘선하게 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 대표는 “기술은 방향에 따라 사람을 해칠 수도, 도울 수도 있다”며 “AI 기술이 성경적 가치 안에서 사람을 살리는 도구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살리는 일’을 위한 노력은 계속 중이다. 최근엔 AI와 메타버스를 결합해 밤이나 휴일에도 위험 신호를 감지, 개입할 수 있는 시스템인 ‘24시간 위기 대응 보조상담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메트라이프 등 국내외 기업들과 손잡고 도박·마약 중독자, 은둔형 외톨이, 위기 청소년 등의 회복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이 대표는 “요즘 젊은 세대는 마음을 드러내는 것 자체가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며 “이 문제는 교회와 성도들이 함께 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인 야타브엔터의 여정이 마냥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특히 지난해는 극심한 자금난과 불확실성으로 “잠을 거의 못 잘 정도”였다. 그러나 그 시간을 지나오면서 “이 고통도 주님의 프로세스라 믿는다. 잘 견디게 해달라”고 매일 기도할 수 있었다는 게 그의 고백이다.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을 묵상하며 인간의 고통을 체휼하신 주님을 새롭게 만났고, 덕분에 같은 길을 걷는 창업가들과 더 깊이 공감하게 됐어요.”

놀랍게도 그 ‘광야의 시기’ 끝에 기회가 열렸다. 과거 투자를 거절했던 투자사 MYSC(엠와이소셜컴퍼니)가 지난해 12월 투자 유치를 결정했다. 대표가 크리스천인데 “그의 마음이 갑자기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이어 지난 3월에는 SK텔레콤과 함께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모바일 및 통신 산업 전시회 MWC(Mobile World Congress)에 참가, 글로벌모바일(GLOMO) 어워즈서 정신건강 증진 분야 수상의 영예도 안았다.


이 대표를 포함해 야타브엔터 구성원의 약 75%는 크리스천이다. 그러나 비신앙인 팀원과도 기도와 고민을 자연스럽게 나누는 분위기라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수평적이고 서로의 일상을 편하게 소통하는 분위기에서 연합도 잘 돼 좋은 결과물을 이뤄내는 데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창업을 꿈꾸는 크리스천 청년들에게도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키도 작고 가진 자본도 없던 청년이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그 작은 자가 천 명을 이루겠고 그 약한 자가 강국을 이룰 것이라’(사 60:22)는 말씀이 더 현실적인 약속처럼 다가왔습니다. 작고 약하다고 주저하지 말고, 하나님이 기뻐하실 일이라면 담대히 도전하세요. 함께 걸어갈 동료가 되어드리고 싶습니다.”

글·사진=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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