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어 마지막 공연을 앞둔 K팝 슈퍼스타 헌트릭스가 전용기 안에서 김밥, 순대, 컵라면으로 허겁지겁 허기를 채운다. 갑자기 “왜 공연장에 나타나지 않느냐”는 매니저 바비의 전화가 걸려오고, 헌트릭스는 비행기가 이상한 곳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헌트릭스는 비행기를 조종하려던 악당들을 물리친 뒤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무대에 오른다.
넷플릭스에서 지난 20일 공개된 애니메이션 영화 ‘K팝 데몬 헌터스’가 국내외에서 화제를 불러모으며 이변을 일으키고 있다. 24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스트리밍 순위를 집계하는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K팝 데몬 헌터스’는 공개 직후 넷플릭스 영화 시청 순위 1위에 오른 뒤 수일 째 정상을 지키고 있다.
걸그룹의 뮤직비디오처럼 시작하는 ‘K팝 데몬 헌터스’는 K팝과 오컬트 등 여러 장르를 결합한 미국 작품이다.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이 제작하고 한국계 캐나다 감독 매기 강과 크리스 애플한스가 공동연출했다.
헌트릭스 멤버 루미와 미리, 조이가 악한 무리로부터 세상을 지키는 내용으로, K팝 문화를 구성하는 면면을 곳곳에 배치했다. 팬들을 아끼는 아이돌의 모습, 응원봉으로 가득찬 공연장, 아이돌 댄스 챌린지와 예능 등 실제 팬들이 즐기는 요소들이 모두 담겨있다. K팝을 좋아하는 글로벌 시청자에겐 단순히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는 게 아니라 K팝 문화를 체험하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K팝 스타일의 음악이 계속 흐르고 한국어 가사도 적잖이 등장한다. 듀스의 ‘나를 돌아봐’, 멜로망스의 ‘사랑인가봐’, 엑소의 ‘러브 미 라이트’, 국악까지 다양한 한국 음악이 배경에 깔린다. 영화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에는 걸그룹 트와이스가 참여했다.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한국 문화의 시각 요소들도 영화 곳곳에 배치했다. 남산타워 등 서울의 랜드마크와 지하철 풍경 뒤로 작화도에 나오는 호랑이 형상의 동물 캐릭터 등이 등장한다. 멤버의 한글 이름이나 ‘후배’ 같은 단어는 영어가 아닌 한국어 그대로 사용했다.
국내 배우들 참여도 눈에 띈다. 안효섭은 헌트릭스에 맞서는 사악한 보이밴드 사자 보이즈의 리더 진우를, 이병헌은 악의 힘을 조종하는 캐릭터 귀마를 연기했다. 헌트릭스의 정신적 지주 셀린 역은 김윤진이 맡았다.
포브스, 버라이어티 등 외신도 이 작품을 주목했다. 버라이어티는 “K팝의 세계를 배경으로 민첩하게 장르를 넘나드는 역동적인 애니메이션”이라며 “K팝만큼 중독성이 있다”고 호평했다. 그러면서 “헌신적인 팬덤이 아니었다면 방탄소년단이 로스앤젤레스 소파이 스타디움을 네 번이나 가득 채울 수도, 이 영화가 나올 수도 없었을 것”이라며 이 영화의 탄생에 K팝 인기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포브스는 “매기 강 감독이 캐나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낼 때 담임 선생님은 지도에서 한국이 어디 있는지 찾지 못했지만 그녀의 영화는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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