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정산 사태로 청산 위기에 놓였던 티몬이 1년 만에 새벽 배송 전문기업 오아시스를 새 주인으로 맞으며 기사회생에 성공했다. 오아시스는 티몬 브랜드를 유지하고 서비스 정상화에 나설 방침이지만 이커머스 시장에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회생법원 회생3부(재판장 정준영 법원장)는 티몬의 회생계획 강제인가를 결정했다고 23일 밝혔다. 법원은 “회생계획안을 인가하는 것이 회생담보권자, 회생채권자, 근로자 등 이해관계인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며 “상거래채권자(중소상공인·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권리 보호 조항을 마련해 강제인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티몬은 지난 20일 열린 관계인 집회에서 회생계획안을 상정했으나 중·소상공인과 소비자로 구성된 상거래채권 회생채권자의 찬성률이 43.48%에 그쳐 부결됐다. 그러나 법원은 오아시스의 인수대금 전액 납입으로 회생계획 이행 가능성이 높다는 점, 전체 회생채권자 의결권 총액의 59.47%가 찬성했다는 점, 회생으로 인한 고용 유지 효과 등을 종합 고려해 강제 인가를 결정했다.
오아시스는 회생 이후 정상화 작업에 착수한다. 티몬의 오픈마켓 비즈니스를 재정비하고 빠른 배송 서비스를 결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르면 다음 달부터 영업을 재개할 계획이다. 오아시스마켓 관계자는 “티몬의 브랜드를 유지하며 정상화를 위해 매진할 계획”이라며 “업계 최저 수준인 3~5%대 수수료와 구매 확정 다음 날 정산이 가능한 익일 정산 시스템을 즉시 도입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7월 발생한 미정산 사태로 신뢰가 추락한 판매자들을 다시 유치하기 위한 조치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티몬의 총 채권액은 약 1조2083억원에 달하는 반면, 오아시스가 채권 변제에 사용할 자금은 102억원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채권자는 사실상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티몬은 수년간의 운영 악화와 미정산 사태로 셀러들의 신뢰를 상당 부분 잃었다”며 “사이트 접속 중단 등으로 소비자 구매 경험도 단절돼 브랜드 이미지가 약화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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