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기획은 없다. 모두 라이브다. 화질도 음질도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 조명이나 마이크 없이 그냥 스마트폰으로 찍는다. 유명인도 아니고 밑바닥 인생이랄 수 있는 노숙인이나 재소자가 나온다. 그런데도 유튜브 채널 ‘교도소tv’는 23일 현재 구독자가 10만8000여명이다. 영상 조회 수는 평균 2만회다.
채널 충성도도 상당하다.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만난 교도소tv 대표 이상덕(주님제일교회) 목사는 “방송을 시작하면 보통 1000명 이상이 시청한다”고 밝혔다. 애정이 많은 고정 팬이 없으면 쉽지 않은 동시접속자 수다.
교도소tv는 2020년 11월부터 방송을 시작해 동영상 4400여개를 업로드했다. 이 목사는 이 채널로 알려져 국민일보가 주는 ‘2025 국민미션어워드(노숙자사역 부문)’를 수상했다.
이 목사의 사역이 특별한 것은 노숙인과 같이 생활하면서 그들을 돕기 때문이다. 그는 매주 토요일 서울역에서 옛날 통닭 50~200마리를 나누는 ‘치킨 나눔’을 하는 등 노숙인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고 아픈 노숙인을 병원에 데려가 치료해준다. 쪽방을 구해주고 노숙 생활을 청산하도록 돕는다.
그러면서 경기도 남양주 집에서 노숙인 7명과 함께 산다. 이들 중엔 노숙인 부부도 있다. 30대로 조현병을 앓고 있는 한 여성과 장애가 있는 남성을 연결, 쪽방도 마련해줬는데 6개월 전 아기를 안고 찾아왔다. 아이를 낳았는데 돌볼 수 없어 찾아온 거였다. 이런 이야기들이 교도소tv에 담겼다.
그런데 왜 채널 이름이 교도소tv일까. 처음엔 교정 선교부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는 교도소교정선교회 대표를 맡고 있다. 월간 ‘교도소’를 발행, 전국 교도소에 무료 배포하고 교도소에서 예배를 드리고 영치금도 넣어준다.
그 역시 과거에 교도소를 들락날락했다. 이 목사는 조직폭력배로 살면서 18년간 교도소에서 복역했다. 어머니와 형 2명이 모두 장애인이었고 형이 놀림당하지 않게 싸우다 24세에 조폭이 됐다. 한때는 외제차를 타고 다니면서 불법으로 축적한 부를 누리기도 했다. 그게 천직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하나님은 이 목사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 와중에도 그는 교회를 다녔다. 운동을 가르쳐준 체육관 관장이 목사가 됐고 “점심이나 먹으러 오라”는 말에 9년간 교회에 출석했다. 하나님을 제대로 만난 건 교도소였다. 독방 침대에 누워 있는데 귀신이 바로 눈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 날이 계속됐다. 옆방에는 무기수가 있었고 그는 성경을 많이 읽었다. 하루는 운동장을 같이 걸으면서 귀신이 보인다고 했더니 그 방에서 자신도 귀신을 보았는데 성경을 읽자 안보이더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이 목사도 성경을 읽기 시작했다. 귀신은 사라졌고 덕분에 성경 말씀에 심취했다. 필사도 7번이나 했다. 교도소 신우회장은 그에게 신학 공부를 권했고 그는 6년 만에 통신 신학을 공부하고 안수를 받았다. 교도소를 나와서는 제대로 공부를 하겠다고 다짐해 현재 서울한영대 신학과 졸업반이다.
교정 사역은 마지막 출소 이후 시작했다. 몇몇 출소자들과 같이 살면서 이들을 돌봤고 더 의미 있는 일을 하기 위해 찾아간 곳이 서울역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노숙인 사역도 멈춘 때였어요. 처음 간 그날 대부분 사역자가 앞으로 못 오니까 각자 알아서 살고 계시라며 인사를 하더라고요.”
이 목사는 그 모습이 눈에 밟혀 뜬눈으로 밤을 새웠고 날이 새자마자 서울역으로 향했다. 유튜브도 그즈음 시작했다. “저는 유튜브 잘 몰라요. 기계치예요. 편집할 줄도 몰라서 라이브를 하는 거예요. 코로나고 뭐고 간에 노숙인도 먹어야 살잖아요. 그때 누가 가르쳐주더라고요. 유튜브라도 하면 도와줄 사람이 생길 거다. 그래서 라이브를 켜고 끄는 걸 배워 시작한 겁니다.”
그동안 사건·사고도 잦았다. 응급실에 여러 명 실어 날랐고 장례도 치렀다. 그러면서 노숙인들과 신뢰를 쌓았다. 방송하면서 후원도 이어졌다. 운동화 100켤레를 보내는 분, 지방에서 김밥 200줄을 만들어 KTX를 타고 오신 분도 있었다.
채널이 유명해지자 생각지 못한 일을 당하기도 했다. 지난해엔 10년 전 딸을 성폭행한 범인으로 몰려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 목사가 돈이 많은 줄 알고 전처가 돈을 뜯어내려고 벌인 일이었다.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최근에도 작은 어려움에 부닥쳤다. 보증금 없이 50만원에 살던 집에서 나가라는 통보를 받았다. 돕겠다는 이들이 있지만 부담을 지우고 싶지 않아 고민 중이다. 그래서 작은 바람을 갖게 됐다. “방송을 보고 와서 돕고 함께 예배드리고 싶다는 일반인들도 있습니다. 자기보다 힘든 삶을 보면서 회복을 경험한 이들입니다. 그래서 노숙인들, 일반인들이 함께 예배할 수 있는 공간을 놓고 기도 중입니다.”
글·사진=전병선 선임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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