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이 1만원 이하 주문에 대해 중개수수료를 면제한다는 상생안을 발표했다. 소액 주문에 대한 업주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1만원 이하 배달 비중이 크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배민이 1인분 배달 시장 확대를 겨냥해 실속 챙기기 전략을 꺼냈다는 지적도 있다.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 중재로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와 이같은 추가 상생방안에 대해 합의했다고 19일 밝혔다. 배민 측은 이번 조치로 연간 약 1000억원 규모의 지원이 업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1만~1만5000원 이하 주문에 대해서도 중개수수료 감면이 적용된다. 배달비 지원은 주문 금액에 따라 1500~2000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지원 방식은 추후 공개될 예정이다.
정작 현장 반응은 냉담하다. 자영업자들은 “외식 물가가 올라 1만원 미만 주문 자체가 드물다”고 지적하고 있다. 배민이 지난달부터 운영 중인 최소 주문금액 없는 ‘한그릇 배달’ 서비스와 맞물려 이번 수수료 면제가 사실상 소액 배달 수요를 늘리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라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이번 조치는 입점업체 부담 완화와 함께 소액주문 활성화를 유도해 소비자에겐 혜택, 업주에겐 매출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상생안은 배달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보려는 접근에서 출발했다. 그간 배달업계에서는 주문금액이 낮아질수록 업주가 부담하는 비용의 비중이 높아지는 게 문제였다. 중개수수료에 배달비가 더해지면 1만원 주문 시 점주 부담률이 40%를 넘는 수준에 이른다. 배달비 감면은 이를 일부 해소해 준다. 그러나 수수료 감면 기준을 ‘1만원 이하’로 삼으면서 “자영업자가 체감할 만한 해결책이 아니다”라는 지적이 나오게 됐다.
업계에선 점유율 하락세를 보이는 배민이 1인 가구 확대에 대응해 소액·단건 주문 시장을 선점하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합의안이 최종 타결되면 소액 메뉴 입점이 확대되고, 업주들의 참여 폭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소액 주문 수가 증가하면 수익성 확보가 가능해진다.
정치권의 규제 압박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배달 앱 수수료 상한제’를 내걸었다.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배민이 정치권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상생안을 내놓은 것이란 해석이다. 업계 1위 배민의 움직임에 쿠팡이츠와 요기요 등 경쟁 플랫폼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향후 논의는 전체 요금체계 개편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재명정부 출범에 맞춰 관계 부처도 사회적 대화 기구에 참여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을지로위는 다음 달 말까지 배달비를 소비자가 일부 분담하는 방식으로 전환을 유도하는 안도 검토하고 있다. 을지로위 관계자는 “이번 수수료 면제도 의미 있지만 핵심은 전체 체계 개편”이라며 “사회적 대타협이 이뤄지지 않으면 입법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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