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건강기능식품 제조사인 한국콜마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격화하고 있다. 창업주 윤동한 회장이 장남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을 상대로 주식 반환 소송을 제기하면서, 남매 갈등은 부자간 법정 다툼으로 번졌다. K뷰티 대표 제조사로서 글로벌 사업 확장에 집중해야 할 시점에 내홍에 휘말리면서 기업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윤 회장 측에 따르면 그는 지난달 30일 아들인 윤 부회장을 상대로 콜마홀딩스 주식 반환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2019년 윤 부회장에게 증여한 콜마홀딩스 주식 230만주(현재는 무상증자로 460만주), 즉 지분 12.82%를 돌려받겠다는 취지다. 윤 회장은 “35년간 키워온 콜마그룹의 창업정신과 경영질서를 (윤 부회장이) 더 이상 훼손하도록 두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아들 윤 부회장에게 콜마홀딩스·한국콜마를, 딸 윤여원 대표에게는 콜마비앤에이치의 경영을 각각 맡겼다. 콜마비앤에이치의 운영과 콜마홀딩스의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3자 간 합의서’에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윤 회장은 윤 부회장에게 콜마홀딩스 지분을 증여했고, 최대주주가 된 윤 부회장은 지난해 5월 콜마홀딩스 대표이사직에 올라 그룹을 이끌고 있다. 부녀 측 지분을 모두 합해도 윤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 31.75%에 크게 못 미친다.
윤 회장은 주식 반환 요구의 근거로 “윤 부회장이 윤 대표의 콜마비앤에이치 독립 경영을 보장하기로 한 합의를 위배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콜마홀딩스 측은 “합의서에 독립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으며 경영합의 이행이 증여의 전제조건도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향후 법정에서는 윤 부회장의 경영합의 위반 여부가 실제로 주식 반환 사유가 될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소송의 결과에 따라 콜마그룹의 지배구조가 근본적으로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
남매 갈등은 윤 부회장이 지난 4월 콜마비앤에이치 사내이사 선임을 위한 주주제안을 제기하고, 지난달 2일 대전지방법원에 임시주총 소집 허가를 신청하면서 본격화했다. 콜마비앤에이치의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본인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라는 요구가 주된 내용이었다. 윤 대표도 지난 10일 임시주총 소집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며 맞섰다. 윤 회장이 수차례 중재에 나섰으나 봉합에는 실패했다.
시끄러운 집안싸움에 K뷰티의 글로벌 성장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대외 신뢰도 저하, 경영 의사결정 지연, 계열사 간 시너지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콜마는 제조자개발생산(ODM) 분야에서 K뷰티 수출을 주도해온 핵심 기업으로 꼽힌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조4521억원을 기록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오너리스크가 장기화하면 그동안 콜마와 협력했던 글로벌 고객사들이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발주처를 다변화할 가능성이 생긴다”며 “화장품 제조 생태계의 한 축을 맡아온 기업인 만큼 파급력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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