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섬情談] 노가다꾼, 넥타이 매다

Է:2025-06-18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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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주홍
작가


망치질하며 쓴 글에 만족하는
삶이었지만… AI·가상세계
연결한 새집 짓기에 도전한다

넥타이를 맸다. 정장 차려입고, 구두를 신었다. 거울에 비친 모습이 낯설었다.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와 디지털 마케팅으로 0.1%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란다. 거창하다. 정보기술(IT) 스타트업이니 그러려니 했다. 첫 출근날이었다. 대표가 마중 나와 악수를 청했다. 미리 인쇄해 뒀다며 명함을 건넸다. 명함엔 송주홍 마케팅본부장이라고 적혀 있었다. ‘노가다꾼’에서 마케팅본부장이라니. 영화가 이보다 극적일까.

불과 며칠 전까지 땡볕에서 망치질할 생각에 한숨부터 나왔다. 할 수 있는 건 쿨링 효과 좋다는 작업용 티셔츠 넉넉히 사두는 것뿐이었다. 옷장 문을 열었다. 미리 사둔 쿨링 티셔츠 옆에 검은 정장 한 벌이 덩그러니 걸려 있다. 15년 전 졸업을 축하한다며 어머니가 사준 정장이다. 회사생활 하며 샀던 정장이 서너 벌 더 있긴 했었다. 목수로 살아가는 세월이 길어졌다. 입지도 않는 정장 몇 벌이 짐처럼 느껴졌다.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하며 싹 버렸다. “앞으로 장례식, 결혼식 갈 일 많아질 거다. 그래서 인생 첫 정장은 무난한 검은색으로 사는 거야”라던 어머니 말씀이 떠올라 검은 정장은 남겨둔 터였다. 쿨링 티셔츠 살 게 아니라 정장을 사야 했다. 이래서 인생 모른다고 하나 보다. 첫 출근 전, 급히 정장 한 벌 샀다.

대표가 사업 얘길 꺼낸 건 6개월 전이다. AI와 가상세계를 한국과 중국, 베트남에서 어떻게 유기적으로 풀어낼 건지 설명했다. 한 번도 상상해보지 않은 세상이었다. 흥미로웠다. 그럼에도 뜬구름 잡는다고 생각했다. 그때의 난, 몸 쓰고 땀 흘리는 세상에 과몰입해 있었다. 그래서 믿을 수 없었다. 어쨌거나 대표는 진지했고 조언을 구했다. 목수가 아니라 한때 기자였던 사람에게.

기자로 사회생활 시작했다. SNS 플랫폼 특성 분석하던 에디터로도 일했다. 출판 기획자로 콘텐츠 만들고 입찰도 다녔다. 미디어 활동가들과 풀뿌리 언론도 만들었다. 선거 캠프에서 후보 메시지도 구상했다. 여전히 글 쓰고 책 내며 살아간다. 그렇게 15년간 쌓은 경험을 총망라해 조언했다. 어디까지나 대표 개인에 관한 애정이었다. 믿지 않았다. 저러다 말겠거니 했다.

건설현장 언어는 설계도다. 발주처에서 계획 짜고, 건축사에서 설계도면 그리고, 시공사가 시공한다. 이 과정에서 목수는 설계도를 근거로 자재 나르고, 망치를 두드린다. 기둥 세우고, 계단 만들고, 지붕을 덮는다. 우리가 밥 먹고 똥 싸고 잠자는 집은 그렇게 완성한다.

6개월 만에 만난 대표는 확신에 찬 얼굴이었다. 대표는 기획자 몇몇과 창업해 자신이 상상했던 세계를 설계했다. 개발자와 협업해 프로그램 언어로 가상공간을 구축했다. 디자이너 손을 빌려 이를 시각화했다. 세부적으로 다듬어야 할 곳이 다소 보였으나 그 세계관이 6개월 전보다 훨씬 구체적이었고 확장해 있었다. 손에 잡히진 않았으나 이 또한 분명 집이었다.

“송 작가님 대신 집 지어놨습니다. 이제 송 작가님은 망치 내려놓으시고 원래 잘하시던 일 해주세요. 우리가 만들어 놓은 집에서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뛰어놀 수 있을지 고민해 주세요.”

누군가의 진정성을 평가 기준으로 삼지 말라고들 한다. 히틀러에겐 진정성이 없었겠냐면서. 옳은 얘기다. 그러니 대표가 개인의 뼈와 영혼, 심지어 자산까지 전부 갈아넣고 있다고 한들 그게 이직의 명분이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더욱이 목수로서 자부심과 애정이 남달랐다. 그 과정에서 느낀 감정과 고민에 관해 글로 풀어내는 삶에 만족하는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달콤했다. 대표는 돈 걱정 하지 말라고 전제했다. 시장 분석해서 좋은 전략 가져오면 얼마든 예산집행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거기에 출중한 부하직원 6명까지. 기획자로서 이 얼마나 꿈같은 얘긴가!

열 손가락을 펼쳤다. 오랜 망치질로 상처투성이다. 이제 이 손으로 보고서를 써야 한다. 달라진 건 없다. 공사판 대신 가상세계에서, 망치 대신 볼펜을 두드릴 뿐이다.

송주홍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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