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6·3 대선 본투표 사흘 전인 31일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에게 힘을 몰아 달라”는 호소문을 냈다.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이 사실상 출당된 사람이라며 서둘러 선을 그은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우리로서야 고마운 일”이라고 반응했다.
윤 전 대통령은 31일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가 서울 광화문에서 연 주말 집회에서 호소문 대독을 통해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이동호 전 여의도연구원 상근부원장은 ‘이 나라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나라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6월 3일 반드시 투표장에 가셔서 김 후보에게 힘을 몰아 달라’는 내용의 윤 전 대통령 글을 대독했다.
앞서 집회 사회자가 “윤 전 대통령이 드디어 ‘광화문 애국 국민’들께 메시지를 전해 왔다”고 소개하자 운집한 군중이 박수를 쳤다. 곧이어 단상에 오른 이 전 부원장은 휴대전화 화면을 들여다보며 윤 전 대통령의 호소문을 읽었다. 윤 전 대통령은 “김 후보에게 투표하면 김 후보가 대통령이 되고 이 나라의 자유와 미래를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문수에게 우리의 힘을 모으는 것만이 해답이다. 우리는 승리할 수 있다”며 호소문을 마쳤다.
대선 막판 중도층 표심 끌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 메시지를 평가절하했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즉각 페이스북에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마시라”는 글을 올렸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탈당했지만 사실상 출당”이라고도 말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1일엔 아예 “지난해 당이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을 채택했던 것은 무효화돼야 한다”고도 밝혔다.
반면 ‘내란 종식’의 대선임을 강조해온 이 후보는 윤 전 대통령 메시지에 대해 “우리를 도와주는 것” “우리로서야 고마운 일”이라고 반응했다. 이 후보는 유튜브 인터뷰에서 “(김 후보는) 윤석열, 전광훈(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지원을 받고 있다”며 “김 후보는 내란 극복을 위한 후보인지, 내란 상태 이전으로 돌리고자 하는 후보인지 정체성이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경기도 동탄 유세 전 취재진과 만나 윤 전 대통령 메시지를 언급하며 “대한민국 정치가 이렇게 희화화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는다”며 “윤 전 대통령은 정치 활동에 발딛기보다는 백 번 반성하고 정치에서 손을 떼야 된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