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KBO)가 1000만 관중 시대를 맞으며 기업들의 야구 마케팅 전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구단별 팬덤이 견고하고 열정적이라는 점을 활용하면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와 충성도를 함께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야구는 시즌이 긴 데다가 지역 사회 밀착형 홍보가 가능하다는 것도 기업에는 매력적인 지점이다.
요기요의 야구 마케팅은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요기요는 지난 3월부터 인천SSG랜더스필드에 배달 애플리케이션 최초로 단독 포장 서비스 입점을 시작해 호응을 얻고 있다. 야구장에서 음식을 주문하기 위해 장시간 줄을 서야 하고 주문 후에도 메뉴를 받기까지 한참을 매장 앞에서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에 야구팬들의 불만이 컸다는 점을 파고든 것이다.
인천SSG랜더스필드를 방문한 뒤 요기요 앱에 접속하면 자동으로 ‘SSG랜더스 배너’가 생성되고, 구장에 입점한 다양한 매장에서 주문을 할 수 있다. 음식을 주문하고 조리 시간에 맞춰 매장에 들르기만 하면 돼 편의성을 높였다. 가격 혜택도 따라온다. 야구장 내 픽업 주문 시 기본 5% 할인이 적용되며, ‘요기패스X’ 회원이라면 최대 10%까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야구장 특화 전략은 매출로 직결됐다. 구장 내 요기요 이용량이 늘며 지난달 중순 이후 주문량이 꾸준히 증가했다. 일부 경기 일엔 2배 가까이 늘기도 했다.
야구장 민심을 사로잡으면서 요기요에 유입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야구장에서 픽업 서비스를 운영한 이후 인천 지역에선 요기요 배달 주문 건수가 소폭 늘어났다. 야구장을 찾은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인근 외식 브랜드와 배달·픽업 서비스를 접하게 되면서 앱 내 지역 유입과 주문 건수 모두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요기요는 협업 구단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야구단을 보유한 기업들도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신세계그룹은 계열사와 SSG랜더스를 연계해 매달 새로운 쇼핑 혜택과 볼거리를 선보이는 데이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매년 4월 신세계그룹 19개 계열사가 참여하는 통합 프로모션 ‘2025 랜더스 쇼핑페스타’, ‘스타벅스 데이’, ‘이마트 데이’, ‘SSG닷컴 데이’ 등에서다. SSG닷컴에서 진행하는 유니폼 한정 판매는 매번 5분 내 완판을 기록했다. 이마트는 2022년 4월 SSG랜더스필드에 이마트 바이어들이 상품 개발에 참여해 140여종의 상품을 판매하는 SSG랜더스 굿즈샵을 오픈했다. 홈경기 관중의 15%가 찾는 노브랜드버거 SSG랜더스필드점은 야구장 전용팩도 출시했다.
롯데그룹에선 롯데백화점이 롯데자이언츠의 홈구장인 사직구장에서 ‘에비뉴엘석’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리미엄 좌석은 1루와 3루 근처에 위치해 있고, 고급 시트와 테이블 등이 제공된다. 롯데마트는 제타 앱 설치자를 대상으로 경기 시작 3시간 전 입장을 지원하는 ‘제타 패스트트랙’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야구팬들의 앱 유입을 이끄는 마케팅으로 풀이된다.
편의점업계도 이런 흐름에 합류했다. GS25는 지난 3월 프로야구단 한화이글스와 2번째 플래그십스토어 ‘GS25 한화생명볼파크점’을 오픈했다. 한화이글스와 협업한 단독 굿즈가 대거 마련됐다. 한화 팬들을 불러들이는 매장이다. CU는 지난달 두산베어스 콜라보 상품 14종을 출시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22일 2025 KBO 프로야구 콜렉션 카드를 전국에서 출시했다. KBO 리그 10개 구단 선수와 은퇴선수를 포함해 총 151명으로 구성됐다. 지난해 콜렉션 카드가 300만팩이 팔리자 마케팅에 박차를 가한 것이다. 편의점 3사에선 야구장 내 입점한 편의점과 인근 점포들의 매출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스포츠 관련 소비는 내수 경기의 영향을 적게 받는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마케팅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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