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용어인 ‘세계관’(世界觀)은 흔히 안경으로 비유된다. 어떤 안경을 쓰느냐에 따라 보이는 색과 시야가 달라지듯, 세계관에 따라 세상을 보는 시각도 달라진다는 의미에서다. 이런 측면에서 기독교 세계관은 거칠게 말하면 ‘기독교적 안목’이라 할 수 있다. 1970년 초반 기독 지성계와 학원 선교단체를 중심으로 국내에 본격 소개된 기독교 세계관 운동은 이후 한국교회 전반으로 확산했다.
‘한국 기독교 세계관 READER’(IVP)는 50여년의 역사를 지난 국내 기독교 세계관 운동사와 시대별 주요 쟁점을 묶은 책이다. 기독교 세계관을 집중 조명한 정기 간행물 속 원문을 그대로 싣되 이를 연대순으로 묶어 해설을 덧붙였다. 이 작업을 수행한 편저자 전성민(55) 캐나다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VIEW) 원장을 이메일로 만났다. 서울대 수학과와 캐나다 리젠트칼리지를 거쳐 영국 옥스퍼드대서 구약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전 원장은 이 학교 구약학 및 세계관 교수이기도 하다.
-원문을 그대로 수록한 방식이 새롭다.
“기독교 세계관에 관한 책을 꾸준히 써온 학자로서 지난 50년간 우리 사회와 교회 가운데 벌어진 관련 논쟁을 독자에게 직접 선보이고자 했다. 워낙 다양한 매체에서 여러 글이 발표된 지라 일일이 찾으려면 많은 수고가 필요하지 않나. 그 수고를 내가 대신했으니, 이제는 그 내용에 집중해보자는 취지에서 이런 형식을 취했다.”
-2002년 발발한 ‘기독교 세계관 논쟁’(기세 논쟁)을 특히 강조하는데.
“기세 논쟁은 한국 기독교 세계관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사건이다. 그런데 그 구체적인 내용과 논점은 거의 잊혔다. 하지만 당시 논의는 지금의 한국 기독교 세계관 담론을 점검하는 데 기초가 될 주요 주제를 다룬다.
이때 제기된 질문이 ‘성속 이원론을 주장하지만 기독교란 이름으로 세상과 유리된 이들을 양성한 건 아닌가’ ‘성경을 토대로 한 순수한 세계관을 주창했지만 폭력성을 잠재한 지배 이념의 변용은 아니었는가’ ‘한 교파가 기독교 세계관 논의를 독점하는 게 맞는가’ ‘탁상공론에만 그친 운동 아닌가’ 등이다. 20여년이 흐른 지금도 이런 성찰이 한국 기독교를 새롭게 하는 데 꼭 필요하다고 본다.”
-기독교 세계관 운동이 한국교회에 공헌한 점이 있다면.
“기독교인이 세상을 사랑하도록 이끈 것이다. 여기엔 이중적 뜻이 있다. 요컨대 기독교 세계관은 긍정적 의미에서 세상을 사랑하게도 만들었지만, 부정적인 의미에서도 세상을 사랑하게 했다. 성속 이원론을 극복하는 전자가 기독교 세계관의 성공이라면 혼합주의를 떠올리게 하는 후자는 기독교 세계관의 실패다.
참된 기독교인이라면 독생자를 희생하기까지 세상을 사랑한 하나님을 닮으면서도(요 3:16), 자기 중심성으로 무장한 세속에 물들지 않는(요일 2:15) 삶의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30여명의 글 70여편이 실렸다. 이중 가장 인상 깊은 논의가 있다면.
“1992년 기독 잡지 ‘복음과상황’ 기자 이종철이 쓴 ‘80년대 기독교 학생운동사’가 기억에 남는다. 그는 ‘기독교 세계관 운동이 실천보다 교리적 순수함을 지켜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며 ‘이 운동에서 중요한 건 사회적 약자를 향해 분출되는 사랑과 정열’이라고 강조한다.
아울러 ‘기독교 세계관의 우월성과 독특성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타 세계관에 대해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기독교 세계관이란 이름으로 가치관 대결을 조장하는 일이 적잖은 요즘, 30여년 전 쓰인 이 글의 통찰은 놀랍기만 하다.”
-이런 논쟁을 학자의 전유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이런 논쟁이 있기에 ‘기독교 세계관이 절대적인 게 아니라 시대의 산물’임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내 사고방식의 상대성을 인지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타인과의 진정한 대화가 가능해진다. 이럴 때 기독교인의 사고와 신앙은 더 성숙해질 수 있다.”
-향후 집필 계획은.
“내게 기독교 세계관은 ‘평화의 세계관’이다. 평화를 주제로 기독교 세계관을 정리해보려 한다. 이 책의 후속작으로 국외 저자가 쓴 기독교 세계관 글을 정리하는 것도 구상 중이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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