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에게만 이런 불행과 고난이 닥치는 걸까.’ 김영아(57) 그림책심리성장연구소장은 어린 시절 하나님을 자주 원망했다. 사람이 살면서 한 번 겪기도 힘든 사고를 수차례 겪으며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경험 탓이었다.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스튜디오에서 최근 만난 김 소장은 “외모 콤플렉스와 가난, 건강까지 무엇 하나 가진 것 없는 저를 죽음의 구렁텅이에서 자꾸 건져내시는 것이 ‘상처 입은 치유자’로 들어 쓰시기 위함이라는 걸 이제는 알고 있다”고 웃었다.
독서치유심리학자인 김 소장은 교회와 도서관, 기업, 교육청, 학교 등에서 책을 매개로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심리학 강연을 하고 있다. ‘내 마음을 읽어주는 그림책’ ‘우는 법을 잃어버린 당신에게’ ‘놓치는 아이 심리 다독이는 부모 마음’ 등 책도 썼다. 서울 마포구에 상담센터 ‘친:정’을 운영하며 상처 입은 이들에게 심리상담도 하고 있다.
많은 이들의 상처를 보듬고 있지만 그의 삶은 그들과 같이 상처투성이였다. 추운 겨울에 태어난 김 소장은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하며 생후 45일 만에 코 연골이 녹아내려 안면기형 판정을 받았다. 코가 무너진 탓에 주변의 시선과 놀림을 감당해야 했고, 주눅 든 아이로 자랐다. 김 소장은 “당시 가난과 외모를 극복할 방법은 공부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며 “파주 문산의 시골 마을에서 서울에 있는 학교까지 기차 통학을 했다”고 말했다.
그가 열두 살 되던 해엔 또 다른 고난이 닥쳤다. 등굣길 달리는 기차에서 떨어진 것이다. 골반이 으스러지고 머리를 심하게 다쳤지만 기적적으로 살았다. 큰 사고를 겪고도 살아난 일로 하나님과 인격적으로 만나게 됐다.
김 소장은 “내담자 중에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어린 나이에 성매매하며 손목을 긋고 약을 먹는 등 방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며 “그들에게 내가 경험한 아픔과 신앙에 대해 나누며 가까워지려고 노력한다. 점차 하나님의 사랑을 알아가고 삶의 의미를 찾으며 변화하더라”고 했다.
책을 통해 타인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그가 요즘 가장 감사한 순간은 그를 통해 복음을 알게 된 이들이 ‘소장님 덕분에 새 삶을 살게 됐다’ ‘소장님은 제게 엄마나 다름없다’는 말을 했을 때라고 한다. 그는 “비기독교인이던 내담자 중 30~40% 정도가 하나님을 영접했다. 가장 큰 보람이며 기쁨”이라고 강조했다.
열등감과 상처는 하나님이 허락하신 연단의 과정이라고 고백한 김 소장은 앞으로의 계획을 이렇게 전했다.
“어릴 땐 ‘네 인생이 어떻게 될지 뻔하다’ ‘재수 없으니 오지 마라’는 식의 악담을 수도 없이 들었어요. 그러나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나니 너는 내 것이라’(사 43:1)는 말씀처럼 하나님은 그런 저를 ‘내 것’이라 불러주셨어요. 제게 맡겨진 ‘학자들의 혀’(사 50:4)를 통해 곤고한 이들을 위로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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