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당 조 단위의 자금이 투입되는 국내 해상풍력 시장에서 핵심 설비가 외국산으로 채워지고 있다. 최근 2년간 낙찰자가 선정된 10개 해상풍력 사업에서 핵심 설비인 ‘해상풍력발전 터빈’ 제품 중 국산을 사용하는 경우는 1개에 불과했다. 8개는 유럽계인 지멘스가메사(독일)와 베스타스(덴마크)가 나눠 가졌고 1개는 중국 업체 몫이었다. 국내 해상풍력 시장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지만 국내 업체의 입지는 그만큼 확대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3·2024년 2년간 해상풍력 고정가격입찰제 낙찰 사업은 모두 10건이다. 2023년과 지난해 각각 5건이 선정됐다. 선정된 설비용량 규모는 고정식 해상풍력만 보면 각각 1431메가와트(㎿), 1136㎿로 합하면 2567㎿다. 여기에 지난해 처음 실시한 부유식 해상풍력 750㎿를 더하면 3317㎿규모까지 덩치가 커진다. 1000㎿급 원전 3.3기분의 용량이다.
해상풍력 사업은 사업비가 큰 데다 낙찰자로 선정되면 준공 후 20년간 고정가격으로 전력을 안정적으로 한국전력에 판매할 수 있다. 2023년 낙찰 사업 중 하나인 신안우이해상풍력 사업은 390㎿ 설비용량으로, 총사업비만 3조원이다.
하지만 해당 해상풍력 사업에 따른 실익은 외국계 기업들이 보고 있다. 2023년 선정한 5개 사업 중 4개, 지난해 5개 사업 모두 국산이 아닌 외국산 해상풍력발전 터빈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 제품이 강세다. 독일 기업인 지멘스가메사는 4개(1782㎿ 규모) 사업권을 따냈다. 덴마크 기업 베스타스의 터빈도 4개 사업(1094㎿ 규모)에 사용된다. 2년간 전체 설비용량의 86.7%를 두 회사가 나누어 가진 셈이다. 한국 기업인 유니슨은 76.2㎿ 규모인 고창해상풍력을 수주하는 데 그쳤다.
업계에 따르면 해상풍력발전 터빈 가격은 ㎿당 18억~20억원이다. 이를 감안할 때 유럽의 두 회사는 8개 해상풍력 사업에서 최대 5조752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해상풍력 사업은 앞으로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산업부는 지난해와 올해를 합해 최대 8000㎿ 규모 해상풍력 사업 경쟁입찰을 실시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해당 계획대로라면 올해에만 최대 6000㎿가량의 입찰 물량이 나오는데 지금까지의 추세가 이어질 경우 외국산 터빈이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
산업부는 이날 올해 상반기 1차 해상풍력 입찰 규모(1250㎿)를 발표하며 안보 요소에 주안을 두겠다고 밝혔다. 안보 지표를 신설해 공기업이 50% 이상 참여하는 공공주도형은 8점, 일반형은 6점의 가점을 평가에 반영할 계획이다. 도청이나 해킹 등에 취약한 해외 기자재 사용, 외국계 자본의 국내 해상풍력 공급망 잠식 우려 등을 선제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산업부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도 기술력을 보다 높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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