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지휘자 정명훈(72·사진)이 ‘이탈리아 오페라의 종가’로 불리는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 신임 음악감독에 선임됐다. 라 스칼라 극장이 1778년 개관한 이후 247년 만에 나온 최초의 아시아 출신 음악 감독이다.
라 스칼라 극장은 12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정명훈을 차기 음악감독으로 선임한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라 스칼라 극장은 이날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리카르도 샤이(72) 현재 음악감독 후임으로 정명훈을 선임했다. 정명훈의 임기는 2027년 시작된다.
라 스칼라 극장은 오페라의 종주국인 이탈리아에서도 베르디의 나부코(1842)와 푸치니의 나비부인(1904) 등 수많은 명작이 초연된 곳이다. 그동안 아르투로 토스카니니, 클라우디오 아바도, 리카르도 무티, 다니엘 바렌보임 등 당대 최고 지휘자가 음악감독을 맡아 왔다.
정명훈은 1989년 라 스칼라 극장에서 처음 지휘한 이후 오랜 기간 협력해 왔다. 라 스칼라 극장에 따르면 정명훈은 1989년부터 9편의 오페라를 포함한 공연 84회, 콘서트 141회를 지휘했다. 음악감독이 아닌 지휘자 중에서는 가장 많다. 이탈리아는 물론이고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 다양한 지역의 작곡가의 작품을 지휘했다. 또한, 자국과 해외 투어 공연을 자주 함께할 만큼 정명훈에 대한 라 스칼라 극장 구성원들의 신뢰는 높다. 2023년에는 라 스칼라 극장 오케스트라인 라 스칼라 필하모닉의 역사상 첫 명예지휘자로 위촉되기도 했다.
라 스칼라 극장은 이날 발표에서 “정명훈은 밀라노 관객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예술가 중 한 명이다. 지난 3월 세 번의 콘서트가 거둔 성공이 이를 증명한다”면서 “정명훈은 그동안 음악감독이 아니면서도 라 스칼라 극장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가장 기여한 지휘자”라고 했다.
1974년 러시아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에서 피아노 부문 공동 2위를 차지하며 피아니스트로서 먼저 이름을 알린 정명훈은 1978년 미국 LA 필하모닉의 부지휘자로 발탁되며 지휘자로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 유럽으로 진출한 정명훈은 1989~1994년 프랑스 바스티유 오페라(현 파리 국립오페라) 음악감독으로 활동했다. 이후 이탈리아의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 프랑스의 라디오프랑스 필하모닉, 한국의 서울시립교향악단 등을 이끌었다. 현재 KBS 교향악단의 계관지휘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오는 6월 개관하는 부산 콘서트홀의 초대 예술감독으로 지난 2023년 임명됐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