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한 암호화폐 ‘스테이블코인’이 새로운 지급결제 수단으로 등장하면서 국내에서도 이를 활용한 거래가 늘고 있다. 물건 구매부터 일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월급까지 영역을 조금씩 넓히는 추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최근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조성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대선에서 쟁점이 될 가능성도 커졌다.
12일 암호화폐 업계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은 달러나 금 등 안전자산에 연동돼 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설계된 암호화폐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일반 암호화폐와 달리 가격 변동이 매우 적다. 달러 가치와 1대 1로 연동해 변동성을 최소화한 테더나 USD코인(USDC)이 대표적이다. 현재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전체 시장의 99%를 차지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최근 국내에서도 지급결제 수단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개인사업자 A씨는 최근 스테이블코인 실생활 결제용으로 리닷페이(Redot Pay) 카드를 만들었다. 그는 글로벌 가상화폐거래소 바이낸스 지갑에 보유 중이던 스테이블코인 테더(USTD)를 카드계좌로 옮긴 뒤 현금처럼 썼다. 그는 “쿠팡에서도 이걸로 결제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지급 결제 수단으로 스테이블코인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고 말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스테이블코인의 확장성은 상당히 강해 중요한 지급결제 수단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부 의료기관은 외국인들의 의료 관광 결제용으로 시스템을 구축하는 중이다.
실제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빠르게 성장 중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2월 1960만개였던 활성 스테이블코인 지갑 수는 지난 2월 기준 3000만개로 1년 만에 53% 증가했다.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도 지난달 기준 약 2380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약 1580억 달러)보다 50.6%나 증가했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주도권을 잡은 건 미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직후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공언하며 미국 달러의 주권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달러를 디지털 방식으로 퍼뜨려 기축통화로서 지배력을 유지하는 한편 그 과정에서 미국 국채 수요도 창출하겠다는 심산이다. 스테이블코인을 규율하려는 미 하원 ‘스테이블법’과 상원 ‘지니어스법’ 초안 모두 허용 가능한 준비자산으로 ‘만기 93일 이하 미국 국채’를 명시했다. 스테이블코인이 활성화될수록 미국 국채 수요가 늘어나는 구조다.
다만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은 각국 통화 수요 약화나 환율 상승, 외국인 투자 유출 등의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각국이 자국 법정화폐와 연계한 스테이블코인 주도권 확보에 힘을 쏟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국내에서도 글로벌 활용이 가능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8일 경제 유튜버들과 만나 “가상자산 시장을 제대로 관리하고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시장도 조성해야 국부 유출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2022년 급작스러운 폭락으로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테라·루나 사태를 거론하며 이재명 후보 의견에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페이스북 글에서 “스테이블코인 안에 들어갈 자산담보나 시장 리스크를 어떻게 감당할지 설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인호 구정하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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