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악 앙상블 ‘보체 디 아니마’(VOCE DI ANIMA)는 오는 15일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창단 20주년을 기념해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을 공연한다고 12일 밝혔다. 한국을 대표하는 작곡가 중 한 명인 이건용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이 작곡한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은 한국어로 된 최초의 수난곡이다. 단체명인 보체 디 아니마는 이탈리아어로 ‘영혼의 소리’란 뜻이다. 지휘자 박태영과 피아니스트 유지영 그리고 성악가 17명으로 이뤄져 있다. 2005년 창단 이후 바로크 음악과 현대음악을 주로 연주하고 있다.
교회음악 중 수난곡은 신약의 복음서 가운데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受難)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에 음악을 붙인 것이다. 종교적 극음악인 오라토리오에 속한다. 오라토리오는 오페라와 마찬가지로 독창, 합창, 관현악이 모두 등장하지만 오페라와 달리 성악가들이 연기하지 않는다. 여기에 합창과 독창 사이에 줄거리를 설명하는 해설자인 ‘복음사가’가 등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수난곡은 10세기 이후 여러 작곡가가 만들었지만 17~18세기 독일어권에서 크게 발전했다. 바흐의 ‘요한수난곡’(1723)과 ‘마태수난곡’(1729)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건용 작곡가가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주교좌성당의 위촉으로 2007년 초연한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이 거의 유일하다. 이 작품은 예수의 예루살렘 입성부터 무덤에 묻히는 것까지 14개의 장면을 4대 복음서(마태, 마가, 누가, 요한)에서 골라 25개의 곡으로 만들었다. 바흐의 수난곡처럼 따라 신자들의 신앙고백과 성가도 가사로 활용했다. 연주시간이 약 2시간 정도 소요되는 대작이지만 초연 이후 여러 합창단이 공연하면서 한국 교회음악사에서 중요한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다. 또한, 지난 2013년 독일어로 번역돼 독일 다름슈타트의 파울루스 교회 합창단이 연주하기도 했다.
이건용 작곡가는 음악에 조예가 깊었던 목사 아버지의 영향으로 음악을 전공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교회를 위한 합창음악에 관심이 많아 ‘오소서 평화의 임금’ ‘분노의 시’ ‘분노와 비탄의 할렐루야’ ‘라자로의 노래’ 등을 작곡했다. 교회음악 합창곡집 ‘모든 육체는 풀과 같고’ ‘분노의 시’ 등을 출판한 바 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