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유심을 바꾸지 않고도 유심 일부 정보를 변경해 개인정보 유출 위험을 최소화하는 ‘유심 재설정(포맷)’ 방식을 12일부터 도입한다. 해킹 이후 유심 교체 수요가 몰리자 내놓은 대책이다. 유심 재설정 방식은 새로 유심을 갈아 끼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교체 수요를 일부 분산할 수 있을 전망이다.
SK텔레콤은 11일 진행한 일일 브리핑에서 유심 재설정 방식이 유심 교체와 동일한 보안 효과를 낸다고 밝혔다. 유심을 재설정하면 유심 내 ‘사용자 식별·인증 정보’의 일부가 새로운 정보로 변경된다. 정보가 변경됐기 때문에 누군가 기존에 유출된 유심 정보를 확보해 복제를 시도하더라도 시스템 접속이 차단된다.
유심 재설정 방식은 유심 교체 전후 사용자가 해야 하는 추가 작업이 불필요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유심을 재설정하더라도 유심 내 사용자 저장 정보는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금융인증서 재설정이나 티머니 잔액 환불, 연락처와 문자 내역 백업 등을 하지 않아도 사용하던 휴대폰의 기능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유심 교체 수요를 한꺼번에 충족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유심 재설정 방식은 효과적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유출된 가입자 인증 서버(HSS) 정보를 무력화하기 때문에 유심 교체와 동일한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재설정 방식이 외부 전문가가 참여한 기술 검증을 통과했으며 발견된 부작용 역시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설정 방식 역시 대리점에 있는 장비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고객들은 유심을 교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SK텔레콤 대리점(T월드)을 방문해야 한다. 김희섭 SK텔레콤 부사장은 “초기에는 재설정 방식이 생소한 고객에게 안내가 필요해 유심 교체 시간(10~15분)보다 더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면서도 “추가 작업이 필요하지 않은 만큼 점차 소요 시간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유심 교체를 예약한 가입자가 안내 문자를 받고 대리점을 방문하면 유심 교체와 재설정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밝힌 유심 도입 계획에 따르면 교체용 유심은 이달 500만개, 6월 577만개 등 전체 1077만개를 공급한다.
최소 다음 달까지 이어질 신규 가입 중단으로 SK텔레콤 대리점들의 손해도 커지고 있다. SK텔레콤은 약속한 보상 방안을 조만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SK텔레콤 대리점들이 오는 13일 공개되는 갤럭시 S25 엣지의 신규 가입·번호 이동 경쟁에 뛰어들 수 없는 등 손해 규모가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위약금 면제 여부에 대해서는 정부 징계 결과가 나온 이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추가 가입자 이탈로 수조원 규모 손실이 예상되는 만큼 내부적으로는 위약금 면제가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을 정했지만, 정치권과 여론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결정 시기를 미룬 모양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해킹 조사 결과가 나오는 다음 달 말 이후 위약금 면제 관련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이 사고 후속 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설치하기로 한 고객신뢰회복위원회는 조만간 출범한다. 위원회에서는 위약금 면제 여부와 추가 정보보호 대책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르면 1~2주 내 외부 인사를 중심으로 한 위원회 구성을 완료할 계획이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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