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15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직접 만나 협상하자”고 제안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즉각적인 교전 중단을 협상의 조건으로 제시하며 “응할 준비가 됐다”고 화답했다. 3년을 넘긴 우크라이나 전쟁이 국면 전환의 분수령을 맞게 됐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1일 새벽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5일 이스탄불에서 직접 만나 협상할 것을 키이우 당국에 제안한다”며 “우리는 진지하게 협상할 것이며 그 목적은 분쟁의 근본적 원인을 제거하고 장기적 평화를 수립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이어 “양측 모두 준수하는 휴전에 합의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며 “이는 지속 가능한 평화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푸틴은 이번 제안을 전쟁 초기인 2022년 4월 이스탄불에서 우크라이나와 합의를 앞두고 결렬된 평화협상, 이른바 ‘이스탄불 합의’의 연장선으로 언급하며 ‘협상 재개’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후 전쟁이 장기화된 책임을 서방국에 돌리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푸틴은 “러시아는 대화하기 위해 여러 차례 시도했고 거부한 적도 없다”며 “3년 전 협상을 방해한 것은 우리가 아니었다. 당시 공동성명 초안은 키이우 협상단의 서명까지 완료됐지만 서방국의 방해로 쓰레기통에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어떤 조건도 없이 협상에 임할 준비가 됐다. 진정으로 평화를 원한다면 이 조건을 지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우리의 제안은 테이블 위에 놓였다. 이제 키이우 당국자들이 결정할 차례”라고 말했다.
푸틴의 제안을 놓고 미국 등 서방국의 추가 제재를 회피할 목적의 기만술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영국·프랑스·독일·폴란드 정상은 10일 키이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난 뒤 러시아에 ‘조건 없는 30일 휴전’을 촉구하며 “거부하면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압박했다.
휴전 중재자를 자처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난달부터 푸틴의 비협조적인 협상 태도에 불만를 표하며 대러시아 제재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후원자 모임에서 ‘푸틴이 우크라이나의 전부를 원한다’며 협상에 대한 좌절감을 표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날 트루스소셜에서 “나는 러시아·우크라이나와 협력해 일(협상)이 성사되도록 노력하겠다. 매우 중요한 한 주를 보내게 될 것”이라며 푸틴의 제안에 호응했다.
젤렌스키도 엑스에서 “러시아가 마침내 전쟁 종식을 고려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긍정적 신호”라며 “세계는 오랫동안 이 순간을 기다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쟁을 끝내는 첫걸음은 휴전이다. 러시아가 당장 12일부터 휴전을 확정할 것이라고 기대한다”며 “우크라이나는 응할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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