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전 직전까지 군사적으로 충돌했던 인도와 파키스탄이 10일(현지시간) 극적으로 휴전에 합의했다. 지난 7일 양국의 무력 충돌 발생 사흘 만이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개입한 결과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 전쟁 등 외교 현안에서 별다른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던 ‘트럼프식 외교’가 모처럼 성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서 “미국의 중재로 이뤄진 긴 협상 끝에 인도와 파키스탄이 ‘전면적이고 즉각적인 휴전’에 합의했음을 발표하게 돼 기쁘다”며 “두 나라가 상식과 큰 지혜를 발휘했음을 축하한다”고 전했다. 또 “미국이 이같이 역사적이고 영웅적인 결단을 도운 것이 자랑스럽다”면서 “논의된 적 없지만 나는 이 위대한 국가들과의 교역을 크게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와 파키스탄도 휴전 사실을 발표했다. 특히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지역 평화를 위한 트럼프의 리더십과 적극적인 역할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앞서 인도는 지난달 22일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발생한 총기 테러 배후에 파키스탄이 있다며 지난 7일 보복에 나섰다. 인도는 ‘신두르 작전’을 개시해 파키스탄 9곳을 미사일로 공격했고 파키스탄도 즉각 맞대응해 인도 전투기 등을 격추시켰다. 이후 며칠간 양국은 드론 등을 이용해 상대국 군사시설을 공격했다. 양국의 충돌로 파키스탄 통제지역에서 30명 이상, 인도에서도 약 24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면전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던 가운데 미국의 중재로 양국이 전격적으로 휴전에 합의한 것이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이날 성명을 내고 휴전 합의에 미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48시간 동안 J D 밴스 부통령과 나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샤리프 총리, S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장관,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 아지트 도발 인도 국가안보보좌관, 아심 말리크 파키스탄 국가안보보좌관 등과 소통했다”고 밝혔다. 이어 “인도와 파키스탄 정부가 즉각적인 휴전에 합의하고 중립적인 장소에서 광범위한 문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데 합의했음을 기쁘게 발표한다”며 “우리는 평화의 길을 선택한 모디 총리와 샤리프 총리의 지혜, 신중함, 정치력에 찬사를 보낸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지난 9일부터 직접적 개입 의사를 밝혔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대통령은 가능한 한 신속하게 갈등이 완화되는 걸 보기를 원한다는 의사를 표현했다”며 루비오 장관이 인도·파키스탄과 소통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상 핵보유국인 두 나라가 전면전을 벌인다면 전 세계 안보에 막대한 피해를 가져올 게 분명하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일제히 양국에 자제를 촉구해 왔다.
다만 CNN과 워싱턴포스트 등은 인도와 파키스탄이 휴전 이후에도 카슈미르 지역에서 총격을 주고받았고 폭발음도 들렸다고 전했다. 비크람 미스리 인도 외무부 차관은 이날 오후 “인도와 파키스탄 간 합의 도출 이후 몇 시간 동안 반복적인 합의 위반이 발생했다”며 “우리 군은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으며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갑작스럽게 국면이 전환됐지만 갈등이 완전히 풀리지 않은 모습이어서 전문가들은 휴전이 계속 유지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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