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전 6시30분 서울 종로구 공평동의 한 버스정류장. 273번 시내버스는 승객을 다 태웠는데도 출발이 2분가량 늦어졌다. 평소 같았으면 승객들이 타자마자 서둘러 출발했겠지만 버스기사는 승객들에게 “착석해 달라”고 안내하며 눈으로 착석 여부를 일일이 확인했다. 오전 4시 첫차부터 ‘출발 전 승객 착석 확인, 신호 준수, 휴식시간 보장’ 등의 ‘준법투쟁’ 지침이 적용된 데 따른 것이다.
지난달 30일에 이어 지난 7일 재개된 서울 시내버스 노조의 준법투쟁은 8일에도 계속됐다. 서울과 경기, 부산 등 22개 지역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산하 시내버스 노조가 노사 교섭 결렬 시 오는 28일 동시 총파업을 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전국적 파업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한국노총 자동차노련은 이날 서울 서초구 양재동 사옥에서 전국 대표자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회의 결과를 발표했다.
자동차노련은 동시 총파업에 돌입하면 버스 준공영제가 도입되지 않은 지역도 총파업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시내버스뿐 아니라 시외버스, 마을버스, 고속버스도 총파업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전체 총파업 대상은 4만여대로 추산된다.
총파업에 앞서 버스기사들이 ‘안전 운행’으로 준법투쟁을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버스기사들은 빡빡한 배차시간 때문에 휴식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통상임금 개편 등을 둘러싼 노사 간 교섭이 결렬되면 집단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20여년 경력의 버스기사 A씨(50)는 “(평소에는) 배차시간에 못 맞춰 운행이 지연되면 기사에게도 징계가 돌아왔다”며 “휴식시간이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막히는 시간을 감안하면 종점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출발해야 한다. 운행 이후에도 쉬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덧붙였다. 서울 성북구의 한 차고지에서 만난 버스기사 B씨는 “평소 화장실 위치를 외워두고 시간을 계산하며 겨우 다녀오는 게 일상”이라며 “주변 동료 중에는 방광염을 앓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유재호 서울버스노조 사무부처장은 “버스 운전사 옆에 모니터가 있다. 다른 버스와 간격이 벌어지면 실시간으로 모니터를 통해 빨리 추월해 가라는 지시가 내려온다”며 “안전운행은 동시 총파업 돌입 여부와 상관없이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버스노조는 호소문에서 “서울시는 마치 지하철처럼 정해진 간격을 강제했고 간격이 벌어지면 회사 평가에서 감점했다”며 “이는 고스란히 버스기사의 징계나 임금 손실로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노조 측 요구를 모두 수용하면 총 3000억원 이상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 일부 예외적인 사례를 일반화해 서울시가 버스기사들에게 위법한 운전을 종용한다는 노조의 주장은 사실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시는 이날 노조의 준법투쟁에도 시내버스 운행률이 98.8%로 집계돼 큰 혼란은 빚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찬희 윤예솔 김용헌 기자 becom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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