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적 처분이 코앞에 닥친 의대생 대다수가 수업에 복귀한 것으로 파악됐다. 학적을 상실하는 제적은 구제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종 복귀 시한까지 강의실에 나오지 않은 의대생에게 제적 처분을 확정한 대학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도 ‘이제 돌아가자’는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 다음 달 대선 이후 의·정 갈등이 해소될 거란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도 예외적으로 5월 수련 모집을 열어주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7일 의학교육계에 따르면 제적 처분을 앞두고 수업 복귀로 선회한 순천향대, 건양대, 을지대, 인제대, 차의과대·의학전문대학원 의대생 대다수가 강의실로 돌아왔다. 앞서 교육부는 이들 5개 의대에서 1916명이 제적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1개월 이상 무단결석 시 제적되는 학칙을 운영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현재까지 복귀한 의대생은 1800여명으로 집계됐다. 인제대와 차의과대에서는 40명 안팎이 끝내 복귀하지 않아 제적 처분이 확정됐다. 학사 경고가 두 번 쌓이면 제적되는 학칙이 있는 충남대에서도 2024학번이 복귀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대생 집단행동은 힘이 빠지게 됐다. 강성 의대생 단체에선 학생대표들이 자퇴 결의를 하며 수업 복귀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는 이날 학생대표 40명이 작성한 자퇴원서를 첨부한 공동성명서에서 “국가 허가 없이는 개인 휴학도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교육부는 40일째 제적을 하겠다며 협박한다”면서 투쟁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직 전공의 사이에서는 ‘5월에는 수련병원으로 돌아가 의료 정상화에 나서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대생 집단행동이 제적·유급 등을 거쳐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고, 복귀하는 것이 새 정부 출범 과정에서 전공의 요구사항을 반영하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한 모습이다. 특히 마지막 연차인 전공의는 5월까지 수련을 재개해야만 내년 초에 치러지는 전문의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사직 전공의 40여명은 이날 공동성명서에서 “끝나지 않는 갈등 속에서 언제까지나 멈춰 있을 수 없다”며 “환자 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사직 전공의인 임진수 전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와 대한의학회가 함께 진행한 ‘사직 전공의 5월 복귀 수요 조사’ 중간 집계 결과에 따르면 이날 기준 응답자 100여명 가운데 80%가량이 복귀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보건복지부도 호응하고 나섰다. 복지부는 이날 “사직 전공의들의 복귀 의사가 확인된다면 5월 중이라도 복귀할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지난 연휴가 시작되기 전부터 전공의 복귀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지난해 2월 집단사직한 전공의들이 현재 개원가 취업, 군복무 등의 사유로 뿔뿔이 흩어져 있어 정확한 복귀 규모는 불투명하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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