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올해 1분기 11조원대 매출을 올리며 분기 최대 실적을 또 갈아치웠다. 쿠팡은 중국 이커머스 업체의 초저가 공세에도 자체 물류를 통한 성장으로 유통업계 최강자 자리를 굳혔다. 경쟁사인 토종 이커머스 업체들은 쿠팡의 독주를 막기 위해 연합 전선을 구축하는 등 추격에 나서고 있지만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쿠팡의 모기업인 쿠팡Inc는 7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실적 보고서를 통해 올해 1분기 원화 기준 매출액이 11조4876억원(79억800만 달러)으로 전년 동기(9조4505억원) 대비 21% 증가했다고 밝혔다. 직전 분기에 기록한 역대 최대 매출(11조1139억원) 기록을 바로 경신했다. 1분기 매출 신장률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집계한 지난 3월 국내 유통사 평균 매출 신장률(9.2%)의 배를 웃돈다.
영업이익은 2337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531억원)보다 4배 이상 늘어났다. 직전 분기(4353억원)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영업이익률은 2%로 0.6%에 그쳤던 전년 동기보다 개선됐다.
쿠팡의 호실적은 주력 사업의 탄탄한 성장세와 성장사업(대만·파페치·쿠팡이츠) 부문의 약진에서 기인한다. 최근 치솟은 원·달러 환율의 상승효과도 톡톡히 봤다. 프로덕트 커머스(로켓배송·로켓프레시·로켓그로스·마켓플레이스) 부문의 올해 1분기 매출은 9조9797억원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16% 신장한 수치다. 활성 고객은 올해 1분기 2340만명으로 2150만명이었던 전년 동기보다 9% 증가했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이날 진행한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프로덕트 커머스 사업의 성장은 수년간의 전략적인 투자와 체계적인 실행의 결과”라며 “대만에서도 로켓배송 등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와우 멤버십을 강화해 중장기적으로 국내와 비슷한 수준의 고속 성장세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에 밀린 국내 이커머스 업계는 경쟁사와 파트너십 등을 통해 생존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이 추산한 쿠팡의 지난해 총거래액(GMV)은 55조861억원으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국내 업체인 G마켓(약 14조원), 11번가(약 9조원), SSG닷컴(약 6조3000억원), 컬리(약 3조원)를 합산한 금액보다 많았다. 네이버(50조3000억원)가 쿠팡의 유일한 맞수로 꼽힌다.
반(反) 쿠팡연대는 합종연횡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커머스 경쟁력 강화에 힘을 주고 있는 네이버는 컬리와 손잡고 신선 식품군과 새벽 배송 강화에 나섰다. G마켓의 모회사 신세계그룹은 알리익스프레스를 거느린 알리바바그룹과 합작 법인 설립에 공을 들이고 있다. G마켓·11번가 등 토종 이커머스 업체들도 주7일 배송을 도입하며 쿠팡과의 배송 경쟁력 격차를 줄이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이커머스 업계 합종연횡으로 어느 때보다 변수가 많은 해”라며 “업계의 지각 변동에도 쿠팡의 아성을 흔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208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