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시대, 한국은 총체적 위기 속에 휩싸여 있다. 위기를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가정의 위기다. 오늘날 한국사회의 가정들이 아슬아슬하다. 각 가정이 많이 깨어져 있다. 가족 해체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상적인 가정보다 역기능적 가정이 훨씬 더 많다. 부부관계에서부터 부모와 자녀 관계까지 깨어지고 있다. 통계에 의하면 가정폭력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가정이 무너지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 범죄율이 올라간다. 윤리와 도덕의식이 하락한다.
통계에 의하면 한국인의 최우선 순위는 돈이다. 다른 서구 국가들은 가족을 가장 최우선에 둔다. 물론 우리도 돈보다 가족이라고 말은 한다. 실제는 다르다. 모든 것을 경제 논리로 접근한다. 처음에는 가족을 위해 열심히 돈을 번다. 그런데 돈을 벌다가 가정을 잃는다. 우선순위가 바뀐다. 돈은 벌고 성공은 했는데 우울증은 심해진다. 한국사회의 가파른 경제성장의 뒷면에 드리운 어두운 그늘은 가정의 붕괴다. 가정은 인간 삶의 기초이고 사회와 국가를 이루어가는 핵심이다. 기초가 흔들리면 모든 것이 흔들린다. 가정이 흔들리면 곧 사회, 국가가 흔들리게 된다.
요즘 생태계에 대한 관심이 많다. 생태계 파괴가 곧 지구의 파괴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자연 생태계 문제보다 그 이상으로 심각한 것은 가정의 문제다. 황혼이혼, 결혼 기피로 인한 ‘혼족’의 증가,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감소 현상 등으로 미래 사회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왜 이렇게 가정이 흔들리는가. 가치관에 문제가 생겼다. 경제적 가치가 모든 것을 덮어버렸다. 돈을 벌고 성공하기 위해서 너무 많은 대가를 냈다. 돈만 얻고 다른 것은 잃어버렸다. 도덕적 해이로 인한 성적 방종이 가정을 깨뜨렸다.
현대사회엔 불륜을 미화하는 문화가 가득하다. 한국사회 안에 불륜이 성행하고 있다는 것은 가정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는 증거다. 우울증과 자살, 정서불안, 고독사 등이 급증하고 있다. 가정의 붕괴로 인한 후유증들이다. 관계의 친밀함이 사라졌다. 사랑의 자리에 다른 것들이 밀고 들어왔다. 모두가 바쁘다. 서로를 돌아볼 여유가 없다. 나와 너는 사라지고 나와 그것만 존재한다.
고인이 된 이어령 교수는 저녁에 글을 쓰고 있을 때 어린 딸이 찾아와 “아빠” 했을 때 한 번 가서 안아주지 못했던 것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그의 책에 피력한 적이 있다. 이미 암으로 먼저 세상을 떠난 딸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다. ‘딸을 다시 만날 수만 있다면….’
사랑의 기회는 언제나 주어지지 않는다. 분주한 일상에 쫓기다 보면 피곤하다. 개인화가 급속도로 퍼진다. 가정에서마저 사랑이 식었다. 사랑이 식은 자리에 비정상적인 사랑이 자리를 차지한다. 가족관계 안에서의 사랑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미국에서 인기리에 장기 방영되었던 심슨은 실패와 성취 부진 등 자존감에 관련된 쟁점을 주요 주제로 예민하게 다룬 드라마다. 한번은 호머(바트 심슨의 아버지)의 대머리가 치료되면서 삶의 극적 변화가 일어난다. 회사에서 간부직으로 승진되고 새 지위를 얻는다. 그러다가 갑자기 다시 대머리가 되고 그 결과로 간부직의 자리를 잃고 만다. 낙심해 어깨가 축 늘어진 호머에게 그의 아내가 말한다. “신경 쓸 것 없어요. 어쨌거나 우리는 모두 당신을 사랑하니까요.”
세상에서는 냉대를 받아도 가족관계 안에서 위로와 격려가 있으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자존감을 세워줄 수 있는 곳은 가정이다. 가정 안에서 서로를 수용하고 인정하고 칭찬해줘야 한다. 깨어지고 망가진 자아상들이 회복되는 곳이 필요하다. 아무리 실수를 해도 나를 품어주고 나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곳이 있어야 한다. 세상 그 어디에도 가정을 대체할 만한 곳은 없다. 가정은 창조주의 걸작품이다. 그 안에 비밀이 있다. 돌아갈 집이 있었던 탕아는 행복하다. 방황과 고통을 끝낼 수 있었던 것은 넓은 가슴을 가진 아버지가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상은 갈수록 살벌해진다. 전쟁터와 같다. 마음 둘 곳이 없다. 방황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혼란한 세상과 인생의 방황을 잠재울 곳은 가정이다. 무너진 가정의 회복이 관건이다.
이규현 부산 수영로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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