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뜨겁다. 정권이 교체된다면 비교적 큰 폭의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 때의 집값 폭등을 되풀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이 같은 관심의 배경이다. 이 후보는 아직 구체적인 부동산 공약을 발표하지 않았다. 다만 큰 틀에선 ‘임기 내 250만 가구 공급’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를 위해 4기 신도시, 서울 노후 도심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등 세부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공급 확대’ 메시지에 긍정적인 평가를 하면서도 구체성과 현실성엔 물음표를 던졌다.
6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부동산 전문가들은 공급 확대를 앞세운 이 후보 공약을 ‘문 정부의 실책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신호로 해석한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지난 대선 공약과는 달리 수요 측면 규제보다 공급 확대에 무게를 뒀다”며 “현재 부동산 시장은 공급 부족에 따른 부작용이 큰 상황이라 (이 같은 방향성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후보는 2021년 대선 경선 당시 국토보유세(토지 소유자가 토지 가격의 일정 비율을 세금으로 내는 제도) 신설 같은 규제책을 언급했었지만 이번에는 현재까지 규제와 관련한 특별한 언급은 없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일각에선 임기 내 250만 가구 공급 목표가 현실성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윤석열정부의 ‘270만 가구’ 공급도 현실화가 어려웠다. 지방은 주택 공급 계획이 잡혀 있지만 여전히 미분양 적체가 심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 후보는 서울 노후 도심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완화해 공급을 늘리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용적률을 상향하고 분담금을 완화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게 공급 확대의 핵심이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폐지나 다주택자 규제 완화 등에 관한 구체적 계획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공공기여 등이 조건인 용적률 상향보다는 재초환 폐지와 다주택자 규제 완화 여부가 중도·실용의 진정성을 알 수 있는 시험대”라며 “규제 완화가 없으면 이념의 한계를 못 넘어섰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초환을 폐지하지 않는다면 사업성이 낮아 재건축을 추진할 동력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민주당은 그동안 국민의힘의 재초환 폐지 주장에 강경하게 반대했었다. 이런 입장을 뒤집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수석전문위원도 “재초환 폐지 외에는 재건축·재개발의 사업성을 개선할 만한 요인이 제한적”이라며 “정당의 이념에 맞지 않는 제도여서 고민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통한 공급 자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런 방식은 부동산을 안정시키는 데 거리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광수 명지대 실물투자분석과 겸임교수(광수네복덕방 대표)는 “(수도권 부촌) 재건축으로 노후 주택을 개선할 순 있지만 이렇게 공급되는 신축 아파트는 가격이 높아 오히려 집값을 상승시킨다”고 지적했다.
4기 신도시 추진에 대해서는 현실성 문제가 제기됐다. 권 팀장은 “3기 신도시도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4기 신도시를 언급하면 시장도 믿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추진을 하더라도 입지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 많다. 김 소장은 “문재인정부 때 3기 신도시도 총력을 다해 짜냈다. 더 이상 좋은 입지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지방 부동산 활성화 대책으론 이 후보 측 싱크탱크 ‘성장과 통합’이 제안한 ‘국민 제2주소지제’가 거론된다. 국민 1명이 타 지역에 주소를 둘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현재 수도권 1주택자가 인구 감소지역 등 요건을 충족한 지방의 주택을 추가로 취득해도 여전히 1주택자로 간주해 세금 감면 등 혜택을 부여한다. 이 후보 측은 혜택 범위를 인구소멸위험지역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부산과 대구 등 일부 광역시 자치구도 포함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정도 정책으로는 지방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어렵다고 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빈사 상태인 지방은 취득세나 양도세 혜택을 주는 정책으로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 역시 “5년간 양도세·취득세 면제 등 엄청난 혜택이 없으면 자산 가치가 떨어진 지방 미분양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도권 1기 신도시(경기도 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노후 인프라 재정비 등은 기존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1주택자 세 부담 완화에 대해선 긍정적인 입장이다. 이 후보는 지난 2월 경제 유튜브 ‘삼프로TV’에 출연해 “1가구 1주택 실거주는 제약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공급을 늘리기 위해 다주택자 규제를 완화할 계획은 없어 보인다. 그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다주택자는 세금만 열심히 내면 된다. (다주택자 세율을) 굳이 손대야 하겠냐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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