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를 병원에서 분만한 나는 둘째 때는 자연주의 가정 출산을 하기로 했다. 하나님께서 의도하신 출산의 기쁨을 가장 크게 경험할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정일 당일인 주일 새벽 시작된 진통은 18시간 동안 이어졌다. 무섭도록 까마득한 아픔이었다. 진통 간격이 좁아져야 출산이 가까워지는데 진통 시간이 늘어지니 낙심이 몰려왔다. ‘그냥 병원 갈래요’라는 말이 목 끝까지 올라왔다. 눈물이 줄줄 쏟아졌다. 하나님의 때를 신뢰하며 기다리는 그 시간이 절대 쉽지만은 않았다.
그때 나를 붙잡아 준 건 남편이었다. “무릇 지킬만한 것보다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잠 4:23) 다시 한번 무너진 마음을 일으켜 하나님을 향했다. 초점을 맞추니 형용할 수 없는 힘이 솟아났다. 그때 자궁문이 열렸다. 나의 시간과 아기의 시간이 하나님의 때에 하나로 맞물렸다. 드디어 때가 온 것이다.
‘팍’하고 양수가 터지며 폭풍 같은 진통이 몰아쳤다. ‘아, 이제 만나는구나.’ 감당치 못할 고통이었으나 감당케 하는 괴력이 솟아났다. 남편과 호흡을 맞춰 진통의 파도를 탔다. 그렇게 지난해 11월 24일 주일 저녁 둘째 태연이를 품에 안았다. 남편의 눈에서는 눈물이 터져 나왔고 내 입술에서는 남편을 향한 존경의 고백이 터져 나왔다. “태연이는 여보가 낳은 것과 다름없어. 우리가 해냈어.” 그리고 갓 태어난 아기를 축복했다. “너의 영혼 통해 큰 영광 받으실 하나님을 찬양.” 울던 태연이가 잠잠히 귀를 기울였다. 해산의 고통은 온데간데없었다. 끝이 있는 고통이었다. 광명한 기쁨만이 가득했다. 남편이 탯줄을 잘랐고 태연이는 젖을 물었다. 이 순간들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저녁 예배를 마치자마자 가족들이 달려왔다. 첫째 휘연이는 기쁨의 앞구르기를 했고 태연이는 가족들이 써온 편지 낭독을 듣고 할아버지의 축복 기도를 받으며 평안하고 열렬한 환영식을 치렀다. 정말이지 축제였다. 그렇게 낳았던 둘째가 벌써 5개월이다. 우리 부부는 쌍둥이 딸을 주시길 기도하고 있다. 마태복음 1장처럼 낳고 낳다가 죽는 것이 우리의 삶이라면 잉태와 출산, 양육의 시기는 소명의 정점을 이루는 인생의 하이라이트가 아닌가 싶다.
이를 통해 더 하나님을 알아가고 더 하나님을 닮아가게 하실 주님을 찬양합니다.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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