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 ‘욜로’란 표현이 크게 유행했습니다. ‘한 번뿐인 인생, 현재를 즐기며 후회 없이 살라’는 일종의 슬로건입니다. 하지만 점차 원뜻이 왜곡되면서 현재의 만족을 위해 미래를 희생하는 소비 성향을 강화했습니다.
본문에도 이와 비슷한 1세기 슬로건이 등장합니다. 12절의 “모든 것이 내게 가하다”는 표현은 당시 고린도 교회의 슬로건으로 사용됐을 것입니다. 새번역성경은 이 부분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모든 것이 내게 허용돼 있습니다.” 자유를 강조하는 이 말은 어찌 보면 정말 복음적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믿고 죄로부터 자유로움을 얻었기 때문입니다.(롬 8:1)
그렇다면 구원받은 이후에는 아무렇게나 살아도 될까요. 이 지점에서 고린도 교회의 문제가 드러납니다. 이들은 아버지의 아내를 취하거나 세상 법정에 성도를 고소했습니다. 본문에선 음행의 문제가 드러납니다. 구원받은 이들은 아무렇게나 살 수 없습니다. 구원받은 자는 반드시 그에 합당한 열매를 맺기 때문입니다. 12절의 핵심은 “모든 것이 가하다”가 아닌 “모든 것이 다 유익한 것은 아니”라는 고백입니다. 이어 등장하는 “무엇에든지 얽매이지 아니”한다는 표현은 어떤 것도 자신을 지배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성도는 오직 예수님께만 매여 살아간다’는 고백입니다.
이것이 믿는 자들의 진정한 자유입니다. 성경이 말하는 자유는 죄와 율법으로부터의 자유입니다. 이를 오해해서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벗어나 마음대로 사는 것으로 여겨선 안 됩니다.
고린도 교인들은 왜 자유를 방종으로 해석했을까요. 13절에 그 이유가 나옵니다. 여기도 일종의 슬로건이 등장합니다. “음식은 배를 위한 것이고 배는 음식을 위한 것입니다.”(새번역) 당시 고린도 사회에서 흔히 사용된 말을 인용한 것으로, 식욕이 일면 음식을 먹는 게 순리라는 의미입니다. 고린도 교회 성도들은 이 논리로 식욕이 생기면 밥을 먹듯 성욕이 일면 음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본문은 “주와 합하는 자는 한 영”(17절)이라며 이에 반박합니다. 성도는 예수님과 하나의 영으로 절대 분리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예수님도 같은 뜻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예수님은 포도나무고 성도는 그 포도나무에 단단히 붙어 있는 가지니, 포도나무와 가지는 하나라는 말씀입니다.(요 15:5) 가지가 나무에 단단히 붙어 있을 때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본문은 성도의 정체성을 ‘성령의 전’이라고 밝힙니다.(19~20절) 하나님이 성령님을 성도에게 준 덕에 우리는 거룩한 성전이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내 몸은 내 것이 아닙니다. 시간과 물질처럼 몸 역시 하나님의 것이니 청지기 정신으로 잘 보살피고 사용해야 합니다. 주변의 형제자매도 소중히 여길 줄 알아야 합니다. 이들 역시 성령이 거하는 주님의 성전이기 때문입니다.
본문에는 우리를 “비싼 값으로 샀다”는 표현도 나옵니다.(20절) ‘샀다’는 건 소유권의 이전을 뜻합니다. 죄와 사망의 종이 아닌 의와 생명인 그리스도의 종이 됐다는 의미입니다.
우리 몸이 하나님의 성전이 됐음을 기억합시다. 자신의 몸을 어떻게 쓸 것인지를 깊이 고민하며 하나님이 기뻐하는 거룩한 삶을 살기를 축복합니다.
김성수 목사(진주 칠암교회)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소속인 칠암교회는 4년 전 진주 혁신도시로 이전해 ‘다음세대가 자라나는 교회’로 성장 중입니다. 설립 70주년을 맞은 올해 표어는 ‘온전한 예배, 거룩한 삶으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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