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6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을 증원 전 규모인 3058명으로 되돌리기로 가닥을 잡았다. 의대생들이 수업에 완전히 복귀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모집 인원을 확정하는 것이다. 의대를 운영하는 대학 총장들이 3058명 조기 확정을 요구하고 정부가 수용하는 형식을 취했지만 정부가 세운 원칙을 스스로 허물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부가 이런 비판을 무릅쓰고 의대생들에게 또다시 손을 내밀었지만 의대 교육 정상화는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의대를 둔 40개 대학 총장 모임인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는 16일 긴급 화상회의를 열고 내년 의대 모집 인원 및 의대 교육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다. 의총협은 이 자리에서 내년도 의대 정원을 증원 전인 3058명으로 합의했다.
교육부는 의총협 건의를 받아들여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17일 발표키로 했다. 앞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이날 오전 비공개 회의를 열어 내년 의대 모집 인원을 3058명으로 잠정 결론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대규모 유급 사태와 내년 2024~2026학번이 모두 1학년이 되는 ‘트리플링’을 막기 위한 고육책으로 평가된다. 고려대 연세대 등 주요 의대들은 이미 수업에 불참하는 의대생에 대한 유급 절차를 밟고 있다. 이달 중으로 대다수 의대에서 대규모 유급 사태가 예고된 상태다. 정부는 조기에 3058명 선발을 확정해야 유급 규모를 줄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의 한 의대 학장은 “의대 정원을 3058명으로 조기 확정하면 의대 모집 인원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어 의대생 복귀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또다시 원칙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교육부는 의·정 갈등이 불거진 이후 의대생의 유급 기준을 완화해주고, 성적 처리 기한도 연기해주는 등 의대생들에게 끌려다녔다. 이번에도 ‘증원 0명’의 조건으로 의대생 전원 수업 복귀를 걸기도 했다. 복귀 기준에 대해 “정상적으로 수업할 수 있는 상식선의 범위”라고 설명했지만 현재 수업 참여율은 평균 20%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3058명으로 되돌려도 의대생들이 수업에 들어올지는 미지수다. 강성 의대생들은 내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조정했을 뿐이고 정원 2000명 증원 자체가 철회된 것은 아니란 입장이다. 일각에선 2025학년도에 증원된 수준으로 2026학년도 모집 인원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정헌 박상은 기자 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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