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0년 전인 1885년 부활절 아침 호러스 G 언더우드와 헨리 G 아펜젤러 선교사가 조선 땅에 복음을 들고 들어왔습니다. 이후 수많은 선교사가 이 땅을 찾아 복음을 전했고 그들의 헌신은 풍성한 결실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 복음을 품고 조선을 찾은 이들이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비록 당대에 가시적인 열매를 보지 못했다 해도 그들의 작은 헌신은 이 민족이 복음을 받아들이는 영적 밭을 갈아놓는 씨앗이 됐습니다. 본격적인 선교가 시작되기 전 이미 우리말로 번역된 쪽복음이 존재했고 예수님을 믿는 성도들도 있었습니다.
1866년 당시 26세였던 로버트 저메인 토마스 선교사는 복음을 품고 조선을 찾았으나 대동강에서 순교의 제물이 됐습니다. 쇄국정책 아래 제너럴셔먼호는 불탔고 그는 육지로 올라 성경 몇 권을 전한 뒤 생을 마감했습니다. 복음을 전하지 못한 채 생을 마친 듯 보였지만 그가 남긴 성경은 일곱 살 최치량의 손을 거쳐 박영식에게 전달됐습니다. 박영식은 성경 종이의 질이 좋아 그것을 자신의 집 벽지로 사용했고 수년 후 이 여관을 찾은 사무엘 모펫 선교사는 벽지를 보고 놀라 그 집을 널다리골교회로 세웠습니다. 이 교회는 후일 평양 대부흥의 중심지인 장대현교회의 시초가 됩니다. 당대에는 의미 없이 사라진 것처럼 보였던 순교가 30년 후 부흥의 도화선이 된 것입니다.
선교 사역은 때로는 무의미한 수고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묻히고 마는 것은 아닐지 헛된 열정으로 끝나는 것은 아닐지 회의가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미약한 헌신조차 잊지 않으시며 반드시 열매 맺게 하십니다. 사도 바울은 고린도전서 3장 6절에서 고백합니다. “나는 심었고 아볼로는 물을 주었으되 오직 하나님께서 자라나게 하셨나니.” 마가복음 4장의 겨자씨 비유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겨자씨와 같습니다. 작고 보잘것없는 씨앗이지만 땅에 심기면 자라나 나무가 되고 그 가지 아래 새들이 깃드는 생명의 터전이 됩니다.
물론 작다고 모두 귀한 것은 아닙니다. 씨앗에 생명이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아무리 거대하고 눈길을 끄는 것이라도 생명이 없다면 그것은 쓰레기더미에 지나지 않습니다. 반면 복음은 살아 있는 씨앗입니다. 아무리 연약하고 작아 보여도 그 안에 생명이 있기만 하다면 심기고 반드시 자라 열매를 맺습니다.
오늘 우리가 누리고 있는 신앙의 자유와 선교의 축복은 결코 우연히 주어진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는 복음을 들고 이 땅에 발을 디뎠고 누군가는 시간과 물질, 삶을 기꺼이 바쳤습니다. 믿음의 선배들이 눈물로 기도하며 생명을 다해 복음의 씨앗을 심고 물을 줬습니다. 그 뿌리 위에 우리가 서 있습니다. 선교사들의 헌신과 신앙 선배들의 순종이 없었다면 오늘의 풍성함은 없었을 것입니다.
이제는 우리의 차례입니다. 실망하지 말고 선교의 씨앗을 심어야 합니다. 지금 우리가 심는 작은 씨앗이 내일의 열매가 될 수도 있고 때로는 다음 세대의 결실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마태복음 10장42절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또 누구든지 제자의 이름으로 이 작은 자 중 하나에게 냉수 한 그릇이라도 주는 자는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그 사람이 결단코 상을 잃지 아니하리라.”
선교는 거창한 과업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일상의 자리에서 시작됩니다. 무릎을 꿇고 기도하십시오. 자신의 물질을 복음 전파를 위해 드려 보십시오. 시간을 내어 이웃의 영혼을 품고 위로와 격려, 축복의 말을 전하십시오. 그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생명의 문이 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재능과 전문성을 선교를 위해 사용해 보십시오. 아니, 예수님처럼 삶 전체를 하나님의 영광과 복음을 위해 기꺼이 드리십시오. 하나님은 반드시 자라게 하시며, 그분의 때에 아름다운 열매를 맺게 하십니다.
요한복음 12장24절의 말씀은 오늘도 우리를 부릅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지금 심으십시오. 작아 보여도 괜찮습니다. 결과가 더뎌도 낙심하지 마십시오. 하나님께서 반드시 일하십니다. 실망하지 말고 믿음으로.
황덕영 새중앙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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