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기억하는 고난주간을 맞아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탄소 금식’에 동참했다. 탄소 배출을 줄이는 작은 실천을 통해 예수님의 희생을 기억하고 지구 환경을 돌보는 여정이었다.
이틀간 네 끼를 붉은 고기를 뺀 채식 위주의 식단으로 해결해 보자고 결심했다. 14일 아침 식단은 ‘치킨 콥샐러드’. 토마토와 옥수수 콘, 닭가슴살, 양상추에 약간의 소스를 섞어 먹었는데 포만감과 다른 가벼움이 인상적이었다. 점심은 한 달 전 잡힌 취재원과의 약속으로 인해 연속 채식 식단에 도전할 수 없었다. 퇴근 후에는 양상추와 약간의 치킨텐더가 섞인 샐러드를 먹었다. 채식 위주 식사는 두 끼까지는 무리가 없었다.
15일 아침부터 컨디션이 떨어지고 어지러움이 느껴졌다. 그래도 방울토마토 6개와 딸기 4개, 저열량 우유 한잔으로 아침을 때웠다.
마지막 끼니는 사과 6조각과 방울토마토 4개 그리고 따뜻한 카페라테였다. 가벼운 열량의 네 끼 식사는 취재 현장을 누비는 기자에게는 분명 도전이었다. 하지만 예수님의 고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땀이 핏물같이 떨어진 밤샘 기도와 금식이었던 상태에서 십자가 죽음을 택하신 그리스도의 희생과 사랑을 묵상했다.
과도한 육식은 기후위기와 직결된다. 탄소 금식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의 유미호 센터장은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가축 사육 과정에서 배출되는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강력한 온실가스로 지구 온도 상승을 가속화한다”며 “우리가 육식을 줄이면 비교적 이른 시일 내에 환경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도전은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는 것이었다. 하루에도 여러 카페를 전전하는 기자에게 ‘텀블러 들고 다니기’는 작지만 중요한 실천이었다. 이틀간 텀블러를 씻고 말리고 가방에 넣어 다니는 과정은 번거로웠지만 단 한 개의 일회용 컵도 사용하지 않았다. 일회용 컵 하나가 분해되는 데 최장 20년이 걸린다는 사실을 생각하니 뿌듯했다.
마지막 도전은 창조세계에 관한 성경 구절을 묵상하는 것이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아침 출근 전 15분을 내어 QT를 진행했다. 창세기 1장 28절의 ‘정복하라’ 말씀은 단순한 지배가 아닌 ‘책임 있는 청지기 직분’을 의미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시편 24편 1절 “땅과 거기에 충만한 것과 세계와 그 가운데에 사는 자들은 다 여호와의 것이로다” 말씀은 지구가 우리의 소유가 아닌 하나님의 것임을 일깨웠다.
탄소 금식을 통해 배운 점은 환경을 위한 실천이 거창한 게 아니라 일상 속 작은 선택에서 시작된다는 점이다. 예수님이 세상을 위해 자신을 내어주신 것처럼 우리도 지구를 위해 작은 것부터 내어줄 수 있다는 깨달음이 이번 체험의 가장 큰 수확이었다.
글·사진=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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