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10일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헌재는 핵심 쟁점이었던 박 장관의 12·3 비상계엄 가담 의혹을 인정하지 않았다. 박 장관은 탄핵소추 119일 만에 즉시 직무에 복귀했다.
헌재는 이날 박 장관 탄핵심판 사건을 재판관 8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 전날 취임한 마은혁 재판관은 사건 심리에 관여하지 않아 선고에 참여하지 않았다.
헌재는 박 장관의 계엄 가담 의혹에 대해 “대통령의 계엄 선포 취지 설명 자리(계엄 전 국무회의)에 참석했거나 적극적으로 만류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대통령의 계엄 선포 결의를 강화하거나 실행을 용이하게 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계엄 직후 동부구치소에 국회의원 등 구금장소 마련을 지시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헌재는 “법무부 교정본부장이 교정시설 기관장들과의 영상회의에서 ‘수용 여력을 확인하라’는 발언을 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그것만으로는 박 장관이 의원 구금시설 마련을 지시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했다.
헌재는 계엄 해제 이튿날 ‘삼청동 안가 회동’에 대해 내란 행위 관여로 볼 만한 증거 또는 객관적 자료를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최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회동 참석자 중 한 명인 이완규 법제처장을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해 논란이 불거졌다. 헌재는 “박 장관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이 처장, 김주현 민정수석과 12월 4일 안가에서 회동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회동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내란 행위에 따른 법적 후속 조치를 논의하거나 대응방안을 모색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헌재는 박 장관이 김영철 검사 탄핵안 조사와 관련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장시호씨 서울구치소 출정 기록’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했다는 소추 사유의 위법성은 유일하게 인정했다. 헌재는 “수감자의 출정 자료를 개인 사생활 사항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국회증언감정법 위반을 인정했다. 다만 “법 위반 정도가 중대해 국민 신임을 박탈해야 할 정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박 장관은 헌재 결정 직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면서 “제가 탄핵소추를 당할 만한 잘못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한시라도 빨리 업무를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에 대해서는 “헌재 결정을 저희가 존중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 탄핵심판은 윤석열정부 들어 헌재에 접수된 13건 탄핵사건 중 10번째 기각 사례로 기록됐다. 유일하게 윤 전 대통령 사건이 인용됐다. 아직 변론준비기일이 열리지 않은 조지호 경찰청장 탄핵심판, 형사재판을 이유로 심판 절차가 정지된 손준성 검사장 사건이 계류돼 있다.
헌재는 이날 재판관 평의를 열고 한 대행의 이 처장 등 재판관 후보자 지명 행위에 대한 헌법소원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을 논의했다. 무작위 배당을 통해 주심 재판관을 마 재판관으로 지정하고 사건 심리에 본격 착수했다.
앞서 헌재는 지난해 10월 이종석 전 헌재소장 등 재판관 3명 퇴임 사흘 전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헌법소원 가처분 사건을 인용했다. 당시 심리정족수를 7인에서 6인으로 낮춰 ‘헌재 마비 위기’를 피했다. 당시 가처분 인용은 신청 후 나흘 만에 이뤄졌다. 법조계에선 오는 18일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 퇴임 전 헌재가 한 권한대행 관련 가처분 사건 결론을 내놓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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