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트럼프의 비열한 전쟁

Է:2025-04-10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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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정 산업2부장


1945년 2차 대전이 끝난 뒤에도 전쟁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대개 국지전이었다. 다수의 국가가 참전하고 연합해 세계 곳곳에서 전면전이 벌어지는 일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3차 세계대전은 핵전쟁’이라는 공포가 글로벌 전쟁을 막아설 수 있었다. 여전히 세계는 대체로 평화롭다.

정말 그럴까. 세계 구석구석에서 전쟁터가 아닌 곳, 이를테면 대한민국이나 미합중국처럼 전쟁의 위협을 직접 받지 않는 나라에 살고 있는 이들은 역시나 평화로운 체제에 머물고 있을까. 오랜 기간 그래 왔다. 그러나 지난 1월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기 행정부를 출범한 그날 이후 많은 게 달라졌다. 한국, 일본, 캐나다, 유럽연합(EU), 영국, 호주 등과 같은 안전지대가 위협을 받기 시작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총성 없는 ‘관세전쟁’을 도발하면서다. 관세전쟁은 미국의 적대국인 중국과 시작해 미국 국경과 인접한 캐나다, 멕시코를 지나 삽시간에 전면전 양상으로 확산됐다. 하다못해 펭귄이 거주한다는 인도양 남부 무인도 ‘허드 맥도널드 제도’에까지 관세 폭탄이 떨어졌다. 다행히 펭귄은 수출이라는 무기를 보유하지 않아 실질적인 피해를 당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평화를 누리던 민주사회의 허다한 시민들은 관세 폭탄에 따른 유탄, ‘경제 위기’를 맞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도발과 실행을 지켜보면 미국 정치 리더십의 관점과 전술이 얼마나 간명한지가 보인다. 적을 상정하고 적개심을 고양시키며 과감하게 적진을 파고들어 공격한다. 강대국이 약소국을 빠르게 초토화시키겠다는 관점이 선명하다.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느냐는 안팎의 항의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는 같은 말을 되풀이한다. “미국이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기가 찰 노릇이다. 가장 많은 것을 가진 나라가 잽싸게 피해자 자리마저 차지해버렸다. 그러고는 꿈쩍도 하지 않으며 원격으로 세계 곳곳을 공격하고 있다. 수많은 민간인은 그저 무기력하게 지켜만 볼 뿐이다. 내 집 지붕 위로 당장 미사일이 쏟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가계를 슬금슬금 허물고 있는데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라는 위헌적 사태가 자행된 뒤 컨트롤타워마저 변변찮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의 대기업들은 각개전투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현지 투자를 발표했고,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위대한 기업”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관세전쟁에서 한국에 유리한 신호가 아닐까 하는 기대감이 피어올랐으나 한국은 하루 뒤 상호관세 25%를 부과받았다. 미국이라는 성(城)은 높고 견고하다는 게 확인됐을 뿐이다.

관세전쟁의 판세를 분석하는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만 당하는 게 아니다’는 점에 주목한다. 주요 대미 수출국이 모두 관세 폭탄을 맞으면서 전쟁의 양상이 다소 복잡해진 게 사실이다. 유불리를 따져보며 긍정적인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다소 정신 승리를 하려는 측면도 읽힌다. 현시점에서 가장 아이러니한 대목은 관세전쟁의 피해를 가장 먼저 받고 있는 나라가 미국이라는 점이다. 미 증시가 폭락하고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거론된다. 미국의 피해가 현실화한 국면에 트럼프 행정부는 어떤 선택을 할까. 아직까지는 감수해야 할 과도기적 상황이라고 주장한다. 얼마나 길어져야 전쟁이 종식될까. ‘불확실성’과 동일시되는 트럼프의 선택은 짐작조차 어렵다. 그저 피해자의 자리를 함부로 빼앗고 적개심을 앞세워 시작한 이 비열한 전쟁이 부디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며 마무리되기를 바랄 뿐이다.

문수정 산업2부장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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