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으로부터 ‘관세 폭탄’을 맞게 되자 해외에 생산 시설을 둔 한국 의류 제조 기업들이 유탄을 맞게 됐다. 미·중 분쟁이 심화하면서 대안으로 떠오른 아시아 지역을 공략했지만 또 다른 난관에 직면했다. 기업들은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돌파구를 찾는다는 계획이다.
미국 정부가 최근 발표한 상호관세안을 보면 아시아 국가에 부과한 관세율이 특히 높았다. 캄보디아가 최고 상호관세율인 49%를 부과받았고 베트남은 46%, 인도네시아 32%, 방글라데시 37%, 인도 26% 등도 높은 관세율이 적용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아시아 국가를 집중 겨냥한 관세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게 읽히는 대목이다. 수입산 제품의 단가를 높이는 방식으로 미국 제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큰 틀에서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문제는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등 아시아 국가를 생산거점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인건비를 포함해 생산비용이 낮다는 점에서 선택된 지역들이다. 주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및 제조자개발생산(ODM)을 하는 기업들이 아시아에 생산거점을 두고 있다.
한세실업은 베트남에서 의류 봉제품, 원단가공, 의류염색워싱 등 15개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베트남 현지 생산 비중은 전체의 절반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생산 물량에 대한 매출의 90%가량이 미국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수익성 감소에 대한 우려가 크다. 영원무역과 화승엔터프라이즈도 베트남에 공장을 두고 있다. 베트남 현지 생산 비중은 각각 60%, 20%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의 미국향 매출 비중도 40% 수준으로 적지 않다.
의류 제조기업들은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손해를 메우려는 분위기다. 특정 국가에 대한 매출 의존도를 줄여 관세 정책 등에 따른 위험 요소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한세실업은 지난해 인수한 미국 섬유 제조 기업 텍솔리니를 통해 ‘메이드 인 USA’ 제품 생산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엘살바도르나 과테말라 등 중남미에 있는 공장을 적극 활용해 기존보다 다양한 제품군에 힘을 싣는다는 구상도 나왔다.
영원무역과 화승엔터프라이즈는 주요 생산 공장이 동남아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활로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뾰족한 수가 없다 보니 관세율이 낮은 국가로 생산 기지를 옮기는 방법이 거론되고 있다.
의류 제조업체 한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악화하고 실적이 부진에 빠진 상황에 악재가 겹쳤다”며 “기업만 노력해서는 역부족일 수 있으므로 정부 차원의 지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 등은 지난 4일부터 상호관세 조치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을 대상으로 회의나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아직 이렇다 할 대안이 제시되지는 않았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