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의 꺾이지 않는 기세에 검색 플랫폼들이 인공지능(AI) 서비스를 고도화하며 시장 수성에 나섰다. 국내 1위 검색 엔진 네이버는 AI 검색과 기존의 다양한 서비스를 연계해 사용자의 ‘락인(Lock-in)’ 효과를 노리고 있다. 구글은 추론 기능을 갖춘 검색 서비스를 추가하는 등 성능을 높인 AI로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네이버가 지난달 27일 출시한 서비스 ‘AI 브리핑’은 검색 내용에 따라 여러 방식으로 AI 답변을 보여준다. 예컨대 면허 갱신 서류나 영화 결말 등 답이 정해진 질문에 대해선 정보를 요약한 답변을 화면 최상단에 제공한다. 답변 출처와 함께 검색어와 연관된 다른 질문들도 보여준다. 여러 정보를 가독성 있게 정리해준다는 점에서 챗GPT와 유사하다.
검색창에 도쿄 여행지를 물으면 ‘미식 필수 코스’ ‘패션 중심지 탐방’ 등 장소 추천이 화면 중간에 뜬다. 장소를 클릭하면 네이버 여행 정보 페이지와 연결돼 주소, 영업시간 등 기본 정보와 블로그 리뷰 등을 볼 수 있다. 다만 AI 브리핑은 현재 실험 단계로, 제한된 검색어에 한해 서비스 중이다.
구글은 기존 ‘AI 개요’ 검색 서비스를 강화하고 추론과 멀티모달 기능을 갖춘 ‘AI 모드’를 지난달 초부터 도입했다. AI 개요 역시 챗GPT와 비슷한 서비스로 검색어를 입력하면 관련 정보를 요약·정리해 제공해준다. 구글은 해당 서비스에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제미나이 2.0’를 탑재, 코딩 업무나 고급 수학 문제 풀이도 가능하게 했다. AI 모드는 복잡한 추론이 필요한 질문에도 대답할 수 있도록 성능을 높였다. AI 모드는 월 19.99달러의 ‘구글 원 AI 프리미엄’ 유료 구독자에게 우선 제공된다.
최근 SK텔레콤도 AI 검색 시장에 참전했다. SK텔레콤은 구글 크롬 브라우저에서 검색 사이트에 접속해 검색어를 입력하면 자사 AI 서비스 ‘에이닷’이 정리한 핵심 요약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전날 출시했다.
검색 플랫폼들이 AI 기능을 앞다퉈 강화하는 이유는 챗GPT가 검색 시장에 균열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투자은행 에버코어ISI가 지난해 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가 가장 선호하는 검색 엔진으로 챗GPT를 꼽았다. 구글은 80%에서 78%로 소폭 감소했다. 아직 구글의 점유율이 압도적이지만, 챗GPT가 조금씩 검색 엔진 시장에 침투하는 모습이다.
국내 챗GPT 사용자 수 역시 꾸준히 늘고 있다. 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국내 안드로이드 및 iOS 사용자 중 챗GPT 이용자 수는 지난해 1월 162만명에서 7월 396만명, 12월 682만명으로 증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챗GPT를 검색에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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