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에서 출발한 인공지능(AI)이 지난해 노벨물리학상과 노벨화학상을 동시에 받았습니다. AI가 이 시대 과학의 가장 중요한 주제가 된 것입니다. AI는 이미 우리 삶에도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유튜브지요. 지난해 한 데이터 플랫폼 기업에서 발표한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의 88%가 유튜브를 시청합니다. 휴대폰 앱 사용 시간의 3분의 1을 유튜브가 차지하는 셈입니다. 유튜브(YouTube)는 ‘You(당신)’와 ‘Tube(TV)’의 합성어로 ‘당신을 위한 TV’ 또는 ‘당신이 곧 TV’라는 의미입니다. 원하는 영상을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고 직접 제작해 올릴 수도 있는 인터넷 방송 플랫폼인 것이지요.
유튜브는 순식간에 우리나라에서만 5조원이 넘는 광고 수익을, 전 세계적으로는 45조원 넘게 버는 대기업이 됐습니다. 유튜브 영상 수익으로 살아가는 유튜버란 직업인이 우리나라에만 3만5000명에 이릅니다. 유튜브 속 영상은 빅데이터로서 AI 시대의 기반이 돼 더 많은 부를 창출할 것입니다. 앞으로도 유튜브의 기세나 인기는 줄어들지 않을 겁니다.
유튜브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기존 방송에 적용되는 까다로운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것입니다. 전통적인 방송에서 사실 확인과 공공성이 중시되는 것과 완전히 다르지요. 유튜브에도 자체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사실상 거의 모든 콘텐츠가 허용됩니다. 그 결과 다양한 콘텐츠가 자유롭게 생성되고 소비되는 환경이 조성됐지요.
하지만 이런 구조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 자극적 내용, 가짜 뉴스의 범람이란 문제를 낳습니다. 유튜브 수익 모델은 구독자 수와 조회 수, 시청 시간에 기반을 두기 때문입니다. 유튜버는 더 많은 조회 수를 확보하기 위해 점점 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제작하게 됩니다. 반면 시청자는 한 번 빠지면 벗어나기 어려워지고요.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는 2017년 뉴스위크 인터뷰에서 “우리의 경쟁자는 수면(Sleep)”라며 “사람들이 잠자는 시간까지 빼앗아 넷플릭스를 보게 만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유튜브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이 밤을 새워 유튜브를 시청하면 AI 기술은 그 과정을 더욱 촉진할 수 있습니다.
유튜브 성공의 일등공신은 단연 AI 기술입니다. AI를 이용한 ‘유튜브 알고리즘’은 내가 원하는 유튜브 영상을 더욱 잘 찾아 줍니다. 알고리즘은 9세기 아라비아 대수학자 알 콰리즈미의 이름에서 나온 말로 수학적 논리체계를 뜻합니다. 이 수학적 알고리즘이 인간의 뇌를 모방한 인공신경망 알고리즘으로 발전하면서 순식간에 더 정확하게 빅데이터를 분류할 수 있게 됐습니다. 유튜브 AI 알고리즘은 사용자 나이 성별 인종에 관한 정보에 시청 영상 종류와 시청 시간 등을 분석해 그에 맞는 영상을 추천해 줍니다. 사용자가 자주 보고 좋아하는 영상을 찾아 제공하는 셈이지요. 그러니 계속해서 비슷한 성향의 영상에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유튜브 추천 영상을 계속 시청하다 보면 사용자의 시야나 판단력이 좁아지는 건 불을 보듯 뻔합니다. 이렇게 되면 세상이 온통 내 생각과 같다는 착각에 빠지게 되겠죠. 내 생각과 다른 사람을 이해하지 못할뿐더러 미워하는 데까지 나아가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사회 시스템과 공동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합니다. 이들 현상은 유튜브 AI 알고리즘이 결국 하나님의 형상인 우리를 기계와 기술에 종속된 사람으로 만들 위험을 내포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같은 성향의 영상만 시청함으로써 ‘내 것만 옳다’는 신념이 더 굳어지기 때문입니다.
유튜브 측은 편향된 영상을 제공한다는 비판을 피하는 동시에 이용률은 늘릴 묘안을 짜내기 위해 더 정교한 AI 분석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관심 주제의 영상 도중 관련 없어 보이는 영상이 뜨는 이유입니다. 사람의 생각을 획일화하려 한다는 비판에 대응한 것인데 이조차도 시청률을 더 늘리려는 알고리즘일 수 있습니다. 현재 사람들이 보는 유튜브 영상의 70% 이상은 AI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영상이라는 통계도 있습니다.
지난해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AI 개발자 제프리 힌튼 교수는 “AI의 지능이 인간을 넘어서는 시대가 올 것이며, AI가 인간을 조정하여 공동체를 파괴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유발 하라리 이스라엘 히브리대 교수도 신작 ‘넥서스’에서 빅데이터 기반 AI 기술이 민주주의와 공동체에 미칠 악영향을 지적했지요.
AI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유튜브 환경 속에서 성도들은 보다 주체적인 삶을 살도록 애써야 합니다. 무분별한 유튜브 시청을 지양하고 독서와 대화, 공신력 있는 공공 매체를 활용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성경을 읽고 묵상하며 기도하는 시간을 통해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튜브는 구글이라는 세계 최대 IT 기업의 소유입니다. ‘구글 신(神)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란 책 제목처럼 AI 기술과 유튜브가 현대 사회의 ‘신’이 되어버릴 위험을 경계해야 합니다. 성도라면 하나님 외에 그 어떤 것도 우상으로 섬겨선 안 되겠지요. 설령 그것이 재미있는 유튜브라 할지라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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