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PP는 대한민국 원자력 산업과 함께 성장했다. 그런데 2016년 탈원전 정책이 발표되면서 회사에 큰 어려움이 닥쳤다. 탈원전은 말 그대로 전력 생산 기반 중에서 원자력발전 비중을 줄여나간다는 의미인데, 현재 사용 중인 발전소는 계속 가동하되 앞으로 신축은 하지 않는다는 게 정책 골자였다. 전력 에너지 시스템 개발업체인 우리 회사는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했다. 직원들 급여도 은행에서 돈을 꿔 지급하는 상황이 됐다.
이런 상황이 1년이 넘어가고 2년이 되니 감당하기 어려웠다. 회사는 부채만 쌓이고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그때는 정말이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가슴이 눌려 잠이 깨면 어느새 침대 아래로 내려가 무릎을 꿇고 있었다. “살려 주십시오. 주님, 살려 주십시오.” 신음처럼 기도가 터져 나왔다.
경영난이 걷잡을 수 없이 심해져 눈물을 머금고 구조조정을 발표했다.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있는 직원 중 누군가 회사를 나가야 하는데…. 나만큼이나 YPP를 사랑하는 직원들은 어떻게 내보내지….’ 장기간 업무가 없는 상황이 이어져서 그런지 직원들 사이에서 큰 반감은 없었다. 구조조정에 따라 회사를 나가게 된 직원 중엔 회사 온라인 게시판에 “YPP가 다시 정상적인 회사로 거듭나길 간절히 바란다”며 오히려 응원의 말을 남긴 이도 있었다.
직원들을 떠나보내는 내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졌다. 처음에는 개인별로 희망퇴직 의사를 물어 가며 구조조정을 했지만, 나중엔 아예 사업 부서별로 정리를 해야 할 지경까지 이르렀다. 탈원전이란 거대한 정책 앞에 난 무력했다. 내가 붙들고 매달릴 분은 오직 하나님뿐이었다. 잠에 못 드는 날은 아예 철야를 하며 기도했다.
YPP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 발표 이전부터 태양광과 수소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연구해왔다. 새로운 발전 방식 개발뿐 아니라 에너지저장장치(ESS) 연구도 병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미래 기술 투자만으로는 급격한 탈원전 정책의 충격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아무리 생각해도 사옥 매각 말곤 위기를 넘을 방법이 없어 보였다. 사옥을 팔아야겠다는 생각을 아내에게 비쳤다. 아내는 내게 이렇게 조언했다. “여보, 하나님이 우리에게 몇 년을 기다리게 하신 다음 주신 건물인데, 아무리 회사가 어렵다 해도 그냥 팔면 안 될 것 같아요. 정 팔아야 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이 일을 놓고 기도해보세요.”
다음 날 새벽 회사 사옥을 팔지 말지를 놓고 하나님께 기도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이런 음성을 들려주셨다. “내가 네게 그 땅을 주었는데 너는 왜 그 땅에 새 건물을 올리지 않느냐.” 나는 한 번도 그 땅에 빌딩을 세울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6층이나 됐던 기존 건물은 우리 직원들이 쓰기에 충분했다. 미련이야 남지만 건물을 팔면 은행 부채도 갚고 회사 경영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하나님의 생각은 내 생각과 달랐다. 하나님께선 주님이 주신 터 위에 세울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셨다.
정리=이현성 기자 sa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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