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전투기의 민가 오폭에 이어 육군의 무인정찰기가 착륙하던 중 군용 비행장의 헬기와 충돌하는 어이없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 이번 사고도 인재(人災)로 확인된다면 군의 총체적 기강 해이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다.
육군에 따르면 17일 오후 1시쯤 경기도 양주시 군 비행장에서 무인기 ‘헤론’이 착륙하던 중 지상에 계류된 다목적 국산 헬기 ‘수리온’과 부딪쳤다. 충돌 직후 폭발음과 함께 불이 붙었고, 무인기와 수리온 모두 전소됐다. 헬기에 사람이 타고 있지 않아 인명 피해가 없었던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헤론은 이스라엘에서 도입한 중고도 무인정찰기로 대당 가격은 30억원가량이다. 수리온은 약 2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재산 피해가 상당하다. 군이 보유한 3대의 헤론 가운데 1대는 지난해 11월 북한의 위성항법장치(GPS) 전파 교란으로 추락했고, 나머지 1대는 핵심 부품 정비 문제로 운용이 불가능한 상태다. 4개월 만에 남은 1대마저 전소하면서 경계 작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헤론은 주로 서북 도서와 수도권 지역 정찰 임무를 맡아왔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가 지난 6일 공군 KF-16 전투기의 오폭 사고 이후 11일 만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준다. 헤론이 군용 비행장이 아닌 민가에 떨어졌다면 또 다른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다. 생각만 해도 아찔할 따름이다. 헤론 조종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는지 여부를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야 하는 이유다. 진상 규명과 함께 재발 방지 대책도 뒤따라야 한다. 12·3 계엄 사태로 군의 핵심 전투·정보 수뇌부 장성 9명이 구속되거나 직무에서 배제된 상태다. 국방부 장관은 4개월째 공석이고, 차관이 직무 대행 중이다. 이런 지휘 체계 공백으로 군 기강이 해이해진 건 아닌지 전반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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