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딥시크 쇼크 이후 첫 인공지능(AI) 반도체 신제품 B300(블랙웰 울트라)을 공개한다. 추론 모델 개발에 특화된 그래픽처리장치(GPU)로 AI 거품론과 고성능 GPU 수요 회의론을 꺼트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오는 17~21일(현지시간) 미국 산호세에서 연례 행사 ‘GTC 2025’를 열고 올해 하반기 출시를 앞둔 B300을 발표할 예정이다. B300은 288GB 메모리와 1초당 8TB 대역폭 등으로 전작 대비 추론 능력을 한층 강화한 칩이다. 여기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8일 키노트(기조연설)에서 내년 출시를 목표로 한 차세대 GPU 시리즈 ‘루빈’의 개발 현황과 AI 수요 전망을 언급할지도 관심사다.
B300과 황 CEO 입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는 최근 엔비디아의 폭발적인 성장세가 계속될 것인가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AI 컴퓨팅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개발한 중국 딥시크 쇼크 이후 블랙웰과 같은 고성능 GPU 수요에 대한 시장의 예측은 엇갈리는 상황이다. 황 CEO가 지난달 실적 발표 직후 “추론형 AI는 작업당 100배 많은 연산량을 요구할 수 있다”며 “블랙웰에 대한 수요는 엄청나다”고 강조했지만 회의론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엔비디아가 미국의 수출 통제와 중국으로의 우회 수출 제재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미국 정부가 지난달 관련 조사를 개시한 데 이어 싱가포르 정부 역시 엔비디아 칩을 밀수한 자국민과 중국인 일당을 검거하는 등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제3국을 활용한 우회 수출 규모가 상당한 것으로 드러나 통제가 강화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 엔비디아의 지난해 매출의 18%는 싱가포르 시장에서 발생했다.
AI 반도체용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는 국내 반도체 업체에도 엔비디아 신제품은 초유의 관심사다. 지난해 열린 GTC에서 황 CEO가 삼성전자 부스에 전시된 HBM3E 12단 제품에 ‘젠슨이 승인함’을 적은 사실이 알려지자 삼성전자 주가가 요동치는 일도 있었다. 삼성전자는 HBM3E 공급 관련 논의나 현재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는 차세대 HBM4의 기술력에 대한 엔비디아 측 반응을 지켜보는 처지다. 제조사 중 가장 먼저 B300에 HBM3E 12단 공급을 준비하는 SK하이닉스 역시 신제품과 차세대 HBM 개발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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