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시 6급 공무원이 6년간 수해복구 기부금 등 약 5억원을 빼돌려 가상화폐 투자 등에 쓴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런 사실을 파악했다.
감사원은 감사자료분석시스템(BARON) 데이터 분석을 활용한 ‘공공 재정 부정 지출 점검’ 주요 감사 결과 보고서를 11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청주시 사업담당자 A씨는 2018년 1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모두 45차례에 걸쳐 기부금, 공적 단체 자금, 세출예산 사업비 및 지방보조금 등 공금 4억9716만원을 횡령했다. 그는 청주시청 명의의 은행 계좌를 개설한 뒤 공금을 빼돌렸는데, 이 과정에서 공문서를 위조하고 청주시장 직인도 무단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용·산재보험료 등 사업비를 허위로 올린 뒤 상급자의 전자결재를 몰래 대신하는 방식으로 사업비를 빼돌리기도 했다. A씨는 횡령한 공금을 코인 투자, 개인 빚 변제 등에 썼다.
감사원은 A씨 파면을 요구하고 지난해 7월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감사원은 “장기간 거액의 횡령이 가능했던 원인을 점검한 결과 청주시장 직인의 보관·날인 업무 태만, 직상급자의 회계·보안관리 소홀, 계좌점검·자체감사 소홀 등 내부통제 업무 전반이 부실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청주시장 직인 관리자는 평소 직인을 방치하고 A씨가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는데도 출금 전표에 직인을 찍어가도록 허락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또 A씨 직속 상급자 4명은 허위 지출 품의에 대해 채권자를 확인하지 않은 채 결재하거나 컴퓨터 비밀번호를 공유하는 등 관리 허점을 드러냈다.
감사원은 “청주시는 A씨가 횡령에 사용한 계좌가 이미 해지됐다는 이유로 점검에서 제외하고 증빙 서류 누락만을 지적하고 종결했다”며 “내부 점검을 부실하게 해 횡령 사실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에 따라 청주시에 직인 관리자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A씨 직속 상급자 4명에 대해서는 주의를 촉구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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