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가르치는 사람을 스승이라고 하며 누군가의 가르침을 받는 사람은 제자라고 합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영향을 받는 존재이기에 우리는 모두 제자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사람의 영향을 받고 누구의 가르침을 따르며 살아가고 있습니까. 예수님께서 가르치시고 그분의 삶과 죽음으로 보이신 주님의 말씀입니까. 아니면 세상이 가르쳐 준 세속적인 가치관입니까.
그리스도 예수를 믿는 우리는 세상의 가르침, 세속적인 가치관이 낯설고 이상하게 느껴져야 합니다. 왜냐하면 믿음으로 말미암아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로 씻김을 받고, 세례를 통해 죽었다가 주님의 백성으로 새로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썩지 않고 죽지 아니함을 입을 것을 고대하고 기다리는 사람들입니다.(고전 15:53) 이미 그렇게 영원한 생명을 소유하고 그 기쁨을 믿음 가운데 소망하며 맛볼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우리는 썩어지고 죽어서 결국에는 사라져 버릴 세상의 세속적 가르침과는 본질적으로 가까울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과연 우리 삶의 모습은 그에 따라 살아가고 있을까요. 아쉽게도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고백하는 우리가 세속적인 욕망과 가치관, 세상의 가르침에 익숙한 것을 절감합니다. 신앙이 세속적인 욕망을 성취하기 위한 도구 정도로 다뤄지는 현상까지 보게 됩니다. 태초에 아담이 사탄의 가르침을 받고 그 가르침에 속아 사탄의 제자로 타락했던 이야기가 우리의 모습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세상의 제자로 살아가는 것은 우리가 예수님의 말씀을 삶 속에서 따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주님이라고 고백하며 부르짖지만 정작 그 말씀을 삶 속에 적용해 살아내는 것은 주저합니다. 예수님은 말씀을 듣기는 하되 행함이 없는 사람을 기초 없는 집에 비유하십니다. 기초가 든든한 집은 어떤 재난에도 요동함이 없듯 기초가 있는 사람은 세상 풍파와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반대로 기초가 없는 사람은 작은 어려움과 유혹에도 흔들리며 그의 신앙과 존재마저 파괴되는 결과를 맞이하게 됩니다. 우리의 기초를 든든히 하는 것은 말씀의 실천에 있으며 그것이 우리 신앙과 존재를 지탱한다는 것입니다.
많은 성도가 사랑하는 ‘부흥’이라는 찬양이 고백하듯이 이제 우리의 무너진 기초를 다시 쌓을 때입니다. 우리의 삶 속에서 말씀의 실천을 회복해야 하겠습니다.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의 ‘아드 폰테스(Ad Fontes)’는 단순히 ‘말씀으로 돌아가자’가 아닌 ‘말씀의 실천으로 돌아가자’라는 외침입니다. 우리에게 이 외침이 다시 새롭게 울려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믿음을 행실로써 삶으로 보여야 하겠습니다. 더 이상 말로만 신앙인이 아닌 말씀을 실천하는 신앙인이 되어야 합니다. 그 실천의 노력과 애씀의 과정에서 비록 실패하고 넘어질지라도 다시 일어나 주님의 말씀을 붙들고 살아야 하겠습니다.
주님은 우리에게 ‘네가 결코 작지 않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리스도 예수를 믿는 우리는 이미 영원한 생명에 속해 있으며 그분의 승리에 참여하는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지체로서 예수님의 말씀을 우리 삶에 녹여내며 예수님의 삶을 살아내는 우리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그렇게 주님의 말씀을 따르려 애쓰는 우리에게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함께할 줄로 믿습니다.
김민규 사제(대전 둔포교회)
◇김민규 사제는 성공회대(MDiv)를 졸업하고 성공회에서 사제 서품을 받은 뒤 대전교구 둔포교회 관할 사제로 시무하고 있습니다. 둔포교회는 지역에 세워진 최초의 성공회 교회로 초대 교회의 전례와 전통을 잇고 지역 복음화를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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