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세영 특파원의 여기는 베이징] 딥시크가 바꾼 양회 분위기… AI 예찬·활용 제안 쏟아져

입력:2025-03-12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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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정 자문기구인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각계 대표들이 지난 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정협 개막식에 참석해 자료를 보고 있다. 중국 최대 연례 정치행사인 양회의 한 축을 이루는 정협은 일주일간 진행된 뒤 10일 폐회했다. 신화연합뉴스

지도부 “中의 미래 달려” 중요성 강조
시진핑 “신품질 생산력 발전의 핵심”
“모두에 열린 혁신” 美빅테크 비판도
AI교육과정 신설 등 효과는 곧바로

올해 중국 양회의 최대 관심사는 인공지능(AI)이었다. AI 스타트업 딥시크의 성과에 고무된 중국 지도부는 연일 AI 띄우기에 나섰고 참석자들은 관련 정책과 제안을 쏟아냈다.

양회는 중국 최대 연례 정치행사로 지난 4~10일 열린 국정 자문기구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와 5~11일 열린 국회 격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지칭한다.

연초만 해도 올해 양회에서는 비상한 각오와 위기의식, 합심단결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됐다. 내수 부진과 부동산 침체, 막대한 지방정부 부채, 미국과의 무역전쟁 등으로 중국 경제가 처한 환경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난 1월 말 ‘저비용 고성능’ 생성형 AI 모델로 세계를 놀라게 한 딥시크가 분위기를 바꿨다.

양회서도 ‘딥시크 모먼트’

중국공산당과 정부의 고위 간부, 정협 위원과 전인대 대표들은 양회 기간에 “AI에 중국의 미래가 달렸다”며 AI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리창 국무원 총리는 지난 5일 전인대 업무보고에서 “AI 플러스(+) 행동을 지속 추진하고 디지털 기술과 제조업의 우위, 시장의 우위를 더 잘 결합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전인대 업무보고에서 처음 제시된 ‘AI+ 행동’은 AI를 경제·과학·공공서비스·의료·교육·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해 발전을 촉진한다는 전략이다. 중국은 2030년까지 AI의 이론·기술·응용에서 세계를 선도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도 이날 동부 장쑤성 대표단 심의에 참석해 “과학기술 혁신과 산업 혁신이 신품질 생산력 발전의 기본 경로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핵심”이라고 언급했다.

전인대 대표들은 교육과 제조업,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 활용 사례를 보고하거나 제안했다. 기술기업 아이플라이텍 설립자인 류칭펑은 “학생들이 AI에 대한 이해력을 높일 수 있는 교육과정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이나모바일 고위 임원 마쿠이는 중소기업의 AI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산학협력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화이진펑 교육부장(장관)은 AI와 교육을 결합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지난 5일 “딥시크와 로봇의 발전은 중국의 혁신과 인재 양성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보여줬다”며 “AI를 교육과 결합해 올해 AI 교육 백서를 내고 학생들에게 디지털 시대, 스마트화 시대에 대비한 소양과 능력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산업 부문에선 부창제약 부회장 자오징이 “AI가 전통 중의약 연구에 활용되고 있다”며 “생산 공정에 통합돼 제조 공법을 개선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중국공정원 원사인 펑쇼우는 “AI가 재료 연구 및 개발에서 ‘슈퍼 어시스턴트’가 돼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더 많은 돌파구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및 전기차 제조업체 샤오미의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레이쥔은 “최신 AI 기술을 제품들에 적용해 많은 소비자가 과학기술의 혜택을 누리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포츠에 AI를 활용한 사례도 보고됐다. 쇼트트랙 선수인 런쯔웨이는 “훈련 계획을 다듬는 데 AI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AI로 세계에 공헌” 홍보도

미국의 빅테크가 주도하는 글로벌 AI 경쟁을 겨냥한 발언도 나왔다. 러우친젠 전인대 대변인은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AI 같은 분야의 기술 혁신은 모두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며 “중국은 기술 격차를 해소하고 기술 혁신이 부유한 국가와 부유한 사람들의 게임이 되는 것을 막도록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딥시크를 언급하며 “중국은 기술 개발에서 혁신과 포용성을 보여줬다”고 자평했다.

왕원타오 상무부장도 “딥시크와 같은 저비용 고성능 오픈소스 모델이 기술 응용의 글로벌 문턱을 낮췄다”고 평가했고, 왕이 외교부장은 “중국은 혁신의 결과를 다른 나라들과 공유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AI 오남용 대책도 논의됐다. 샤오미의 레이 CEO는 AI를 이용해 얼굴을 합성하거나 음성을 복제하는 오용 사례가 증가해 신원 도용, 사기, 심각한 개인정보 침해로 이어진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정협 위원인 배우 진둥은 정협 소조 토론에서 자신도 피해자라며 같은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나의 팬들이 AI로 내 얼굴을 합성한 영상에 속아 사기를 당한 적이 있다”며 규제 강화를 촉구했다.

전인대 대표인 중국 가전회사 TCL의 리둥셩 회장은 AI로 생성한 콘텐츠에 의무적으로 표지를 부착하게 해 오남용이나 악용을 막자고 제안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리 회장의 제안에 대해 “실질적으로 필요하다”고 지지 의사를 밝혔다.

양회의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베이징시 교육위원회는 AI와 교육의 전면적 융합을 위해 올 가을 학기부터 초중고교에서 AI 교육과정을 개설하기로 했다. 초등학교에선 체험형 수업 위주로 진행하면서 학생들에게 AI를 계몽하고, 중학교에선 인지형 수업을 중심으로 AI를 활용해 학습과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도록 유도한다. 고교 단계에선 종합적·실천적 수업을 통해 학생의 AI 응용 능력과 혁신 정신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