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서울 지하철 6호선 안암역에서 내리자 대학가 거리엔 활기가 넘쳤다. 개강일이었던 이날 대학생들은 방학의 여운을 아쉬워하면서도 싱그러움을 내뿜는 듯 밝은 미소를 지었다. 이들을 따라 도로변을 5분여 걷다 보면 교회 예배당이 나타난다. 고려대 대학가에 위치한 로뎀나무교회(유병용 목사)다.
로뎀나무교회는 대학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이 교회는 2003년 국제대학선교협의회(CMI) 출신들이 함께 세운 곳이다. 교회 출석 인원 절반 정도는 청년 대학생이다.
이날 교회 사무실에서 만난 유병용(51) 목사는 “교회는 예배와 교제 공동체로서 성장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며 “특히 청년들이 교회에서 깊이 있는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고, 그들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목사가 이런 말을 건넨 배경에는 유년 시절 경험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의 자신을 ‘안티 기독교인’이라고 설명했다.
“아버지께서 중학교 3학년 때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습니다. 홀어머니를 모시게 된 저는 가난한 환경에서 자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정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어디에 기대기 싫었습니다. 악착같이 공부를 열심히 했고, 대학에 빨리 들어가서 안정적인 삶을 꾸리려 했습니다.”
뼈를 깎는 노력 끝에 그는 고려대 법학과에 합격했다. 하지만 합격의 기쁨도 잠시. 그에게 알 수 없는 허무감만이 가득했다. 그는 “입시라는 벽을 넘었는데 ‘사법고시’라는 또 다른 벽이 있었다”며 “설상가상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삶과 죽음에 대한 문제가 크게 다가와 철학적인 고민을 계속했다”고 덧붙였다.
그런 그에게 손을 내민 건 신앙의 선배이자 학교 선배였다. 유 목사는 “선배 제안으로 여름 수련회에 참석하게 됐는데, 그곳에서 같은 고민을 한 분을 만났다”면서 “그런데 그의 표정은 기쁨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모든 상황이 저와 같았지만 ‘예수를 만났다’는 차이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편견을 내려놓고 말씀을 읽었다”며 “특히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요 14:6)는 말씀을 깨닫고 나서 신앙의 길에 본격적으로 들어섰다”고 전했다.
그렇게 유 목사는 대학 선교단체에서 간사로 활동을 이어갔다. 졸업을 앞두고 그는 법학 전공을 살린 평신도 선교사로서의 삶을 고려했다. 하지만 “네가 너를 위하여 큰 일을 찾느냐 그것을 찾지 말라”(렘 45:5)는 말씀을 통해 하나님의 길을 따르기로 했다.
유 목사는 로뎀나무교회 초대 담임인 진기영 목사를 따라 전도사로 사역했다. 유 목사는 “건강한 목회를 위해서는 신학 공부가 필요하다”는 진 목사의 조언으로 총신대 신학대학원에 입학했다.
유 목사는 2011년 2대 담임목사로 바통을 이었다. 선교단체로부터 개척된 교회를 이제 ‘보편적인 교회’로 성장하는 것으로 목표를 설정했다.
유 목사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석사 지도 교수였던 안인섭 총신대 역사신학 교수님께서 협동목사로 오셔서 교회를 위해 강의에 나서주셨다”면서 “매달 한 번씩 교회 평신도 리더십을 대상으로 교리 공부를 시작했고, 보편적인 교회론에 대해 함께 논의하며 교회를 성장시켰다”고 설명했다.
내부 기반을 충실히 다진 교회는 이제 외부로 시선을 돌렸다. 사회를 건강하게 섬기는 사역에 관심을 뒀던 그는 안암동 사회복지협의체에 참여했다. 대학 시절부터 신앙의 끈을 이어갔던 그였기에 자연스레 청년 복지 의제 발굴에 나섰다. 설문조사를 통해 복지 수요를 확인했고, 대학가 인근이기에 고립 은둔 청년 문제가 심각한 점을 파악했다.
유 목사는 “교인이었던 형제가 고립 은둔 청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교회 내에서 팀을 꾸려 종합적으로 돌보았지만, 한계에 부딪혔다. 사회복지협의체와 협력해 상담이나 재정 등의 필요한 도움을 받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일을 계기로 안암동 지역에서는 지방자치단체와 교회가 함께 펼치는 고립 은둔 청년 지원 프로젝트 ‘끌어안암’이 2023년부터 운영되고 있다. 청년들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복지상담소 등을 운영해 도움의 손길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활동이다. 교인들도 이 같은 취지에 공감해 끌어안암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교회가 건강하고 성숙해지기 위해서는 세상의 문제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세상의 정치 논리에 종속되지 않아야 합니다. 그래야 성숙하게 세상을 섬길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교회의 성숙과 건강한 성장을 계속 병행해서 도모해 나가고 싶습니다. 이 모든 사역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따르고, 성도들이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깊이 경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