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캐나다·멕시코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를 강행하면서 글로벌 무역전쟁은 급속하게 전면전으로 치닫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이 협상용 엄포에 그치지 않고 예정대로 단행되면서 교역국끼리 경쟁적으로 관세 장벽을 높이는 통상전쟁이 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대만 반도체기업 TSMC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 계획을 철회하거나 관세율을 조정하는 협상 가능성에 대해 “여지가 없다”고 못을 박았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는 4일 0시1분을 기해 캐나다·멕시코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율을 20%로 상향했다.
중국·캐나다·멕시코는 2022년 기준 미국 전체 수입 비중에서 45%에 해당하는 3조 달러 규모의 교역국이다. 특히 캐나다와 멕시코에는 미국 기업들의 생산시설도 많아 이번 관세전쟁이 트럼프 집권 2기 내수에 악영향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 강행 입장을 밝힌 이날 뉴욕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76%나 하락했다.
중국과 캐나다는 즉각 보복에 나섰다. 중국은 4일 미국산 닭고기·밀·옥수수·면화에 대한 관세율을 15%, 수수·대두·돼지고기·쇠고기·수산물·과일·채소·유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10% 각각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또 미국 방산업체 10곳을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목록에 추가하고, 미국 기업 15곳에 대해 광물 등 이중용도 물자(민간·군에서 혼용이 가능한 물자) 수출을 금지하는 비관세 조치에도 나섰다. 다만 보복 조치 시행일을 오는 10일로 예고해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미국의 추가 관세율 인상에 대해 “강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를 표하고 권익을 수호할 것”이라면서도 “미국이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문제를 처리해 평등한 대화를 통한 해결로 조속히 복귀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캐나다는 미국산 식품을 집중적으로 타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마러라고 사저가 있는 플로리다주의 오렌지, 공화당 강세 지역 특산품인 테네시주의 위스키와 켄터키주의 땅콩을 보복관세 대상으로 지정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핵심 광물, 에너지 조달 관련 제한을 포함해 비관세 조치도 고려하고 있다고 예고했다.김철오 기자,
김철오 기자,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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