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회담이 고성 충돌로 결렬된 직후인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백악관 부비서실장 댄 스카비노는 정상회담 오찬 메뉴를 엑스에 올리며 “대통령과 위대한 미국 팀의 오찬이 오후에 진행됐다. 일부 공석이 생기자 대통령은 웨스트윙에서 팀원을 추가로 초대했다”고 적었다. 격분한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공식 오찬을 취소하고 대신 그 자리에 백악관 직원들을 불러 식사를 했다는 내용이었다.
1일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와 젤렌스키의 충돌 전후 상황을 상세히 보도했다. NYT는 이번 충돌이 즉흥적인 감정 폭발인지 아니면 젤렌스키를 무시하는 트럼프와 J D 밴스 부통령이 의도적으로 기획한 공개 망신 주기인지 의문이 남아 있다고 전했다. 젤렌스키는 회담 전 트럼프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을 만났다. 그레이엄 의원은 젤렌스키에게 “안보 협정에 대해 논쟁하지 말라. 미끼를 물지 말라”고 조언했다.
트럼프는 회담 시작 전부터 젤렌스키가 못마땅한 인상이었다. 그는 백악관 입구에서 젤렌스키를 맞이하면서 “오, 오늘은 정말 잘 차려입었다”는 말을 반복했다. 전쟁 중이라 정장 대신 군복 스타일의 옷을 입고 다니는 젤렌스키를 비꼬는 말이었다.
다만 언론이 없는 자리에선 두 사람이 우호적인 대화를 이어갔다. 그러나 기자들이 나타나 질문을 하기 시작하면서 양측의 이견이 크게 드러났다. 트럼프는 젤렌스키를 향해 “당신은 내가 푸틴에게 정말 심한 말을 한 뒤에 ‘안녕, 블라디미르. 협상은 잘 진행되고 있나’라고 말하길 바라느냐”고 따졌다.
특히 젤렌스키가 밴스 부통령에게 “당신은 멋진 바다(대서양)를 끼고 있어 지금은 느끼지 못하지만 미래에는 느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미국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하자 트럼프가 폭발했다. 그는 “우리가 어떤 것을 느껴야 할지 지시하지 마라. 당신은 지금 좋은 위치가 아니다. 제3차 세계대전으로 도박을 하고 있다”고 언성을 높였다. 트럼프는 한 기자가 러시아가 휴전을 위반하면 어떻게 될지 묻자 “지금 당신 머리에 폭탄이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옥사나 마르카로바 주미 우크라이나대사가 망연자실한 듯 머리를 손으로 감싸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트럼프는 젤렌스키 일행이 집무실을 나가자 밴스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과 회의를 했다. 젤렌스키의 발언이 무례하다고 느꼈다며 분노한 트럼프는 이후 예정됐던 광물 협정 조인식과 공동 기자회견, 오찬 등 모든 일정을 취소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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