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여부가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마지막 변수로 떠올랐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가 마 후보자를 신속하게 임명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마 후보자의 임명 시점에 따라 탄핵심판 상황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최 대행이 마 후보자를 즉각 임명하지 않고 미루면 8인 재판관이 선고 일정을 그대로 진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선고 기일은 전례를 감안할 때 3월 중순으로 예상된다. 마 후보자가 윤 대통령 선고 전 임명될 경우 9인 재판관 체제가 완성되지만 선고를 둘러싼 셈법은 복잡해진다. 변론갱신 절차에 따라 윤 대통령 선고기일이 밀릴 가능성도 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 사건이 이미 변론 종결된 점을 고려할 때 8인 재판관 선고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에 조금 더 무게가 실린다.
헌재는 27일 최 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은 국회 권한 침해라는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논란이 된 본회의 의결 필요성에 대해 헌재는 헌법·국회법 등에 별도의 절차적 규제를 두지 않은 점, 이미 재판관 선출로 국회 의사가 결정된 점을 고려할 때 별도 의결은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정형식·김복형·조한창 재판관은 “별도의 본회의 의결이 필요하지만, 이번 사건은 지난 14일 국회에서 관련 결의안이 가결돼 적법 요건이 갖춰졌다”는 별개 의견을 냈다.
헌재는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재판관 공석 상태가 상당 기간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한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있다”고 언급했다. 헌재는 “다수당이 정치적 책임을 부담해야 함은 별론으로 하고 이런 사정이 (최 대행의) 임명 부작위를 정당화하는 사유라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사건은 최후변론까지 마치고 결정 선고만 남겨둔 상황이다. 헌재 헌법연구부장 출신 김승대 전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은 이미 변론이 종결됐기에 재판관이 새로 충원되든 아니든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며 “재판이 끝났기 때문에 변론 종결 당시 8명 재판관으로 선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 후보자가 임명될 경우 마 후보자를 심리에 참여시킬지, 변론갱신을 진행할지는 재판관 평의에서 결정된다. 마 후보자가 심리에 참여해 변론을 재개하게 되면 선고기일은 미뤄지지만 ‘9인 완전체’에서 결정을 내린다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변론갱신을 어떤 식으로 밟을지를 두고 논란이 커질 수도 있다.
형사재판에서는 요지를 설명하는 간단한 방식의 갱신에 한쪽이라도 동의하지 않으면 공판 녹음을 전부 들어야 했다. 다만 대법원은 이러한 갱신 절차를 녹취서 열람 방식 등으로 간소화하는 형사소송규칙 개정 공포를 앞두고 있다. 헌재 역시 이 같은 점을 고려해 간소화된 절차를 밟을 수 있고, 이 경우 1~2회 추가 기일을 잡으면 변론갱신을 마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절차 간소화 시 윤 대통령 측이 1~11차까지 50시간 넘는 변론 녹음을 처음부터 다시 들어야 한다고 강하게 반발할 수 있다.
마 후보자가 윤 대통령 사건을 회피해 스스로 심리에서 빠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럴 경우 헌재가 선고 지연을 막기 위해 9인 체제가 완성됐음에도 8인 재판관으로 결정을 내렸다는 비판이 일 수도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마 후보자 문제를 서둘러 처리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헌재에도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민 성윤수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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