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렴으로 장기간 입원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임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교황은 종신직이지만 건강 악화로 직무 수행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결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차기 교황으로 거론되는 인사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번 주 초 교황청 고위 성직자 2명이 프란치스코 교황이 입원 중인 이탈리아 로마 제멜리 병원을 찾았다. 이 방문 사실을 확인해주지 않던 교황청은 나중에야 새로운 가톨릭 성인 시성을 위한 추기경 회의 문제로 방문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황을 찾아온 성직자들이 지금까지 시성 문제에 관여한 적이 없었던 인사라는 점에서 교황의 사임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2013년 스스로 교황에서 물러났던 베네딕토 16세가 사퇴 의사를 드러낸 자리도 시성 문제를 논의하는 추기경 회의였다. 40년 이상 교황청을 취재해온 언론인 안드레아스 엥글리슈는 이번 방문을 두고 “매우, 매우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3일 기관지염으로 입원한 이후 2주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한때 호흡 곤란을 겪는 등 ‘위중한 상태’가 전해지기도 했다. 잔프랑코 라바시 추기경은 이탈리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교황이 즉각적이고 직접적이며 예리하고 단호한 방식으로 소통하는 능력을 잃어버린다면 (사임할 것이라는 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신체적 장애 발생 시 사퇴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또한 건강상 문제에 대비해 선출 직후 사임서를 작성해 교황청 국무원장에게 제출해둔 상태다.
다만 교황청은 사임 가능성을 부정하고 있다. 바티칸 2인자인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추기경)은 “(사임은) 쓸데없는 추측”이라고 말했다. 교황의 건강 상태도 일정 부분 호전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물밑에선 후임이 누가 될지를 놓고 경쟁이 이미 시작된 모양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성향이 유사한 개혁·온건파 후보로는 파롤린 국무원장과 마테오 주피 추기경 등이 거론된다. 주피 추기경은 최근 로마 판테온에서 미사를 집전했는데 이를 두고 콘클라베(교황 선거)를 앞두고 보수파에 호감을 사려는 시도라는 해석이 나왔다.
보수파 후보로는 사제 독신제 등을 놓고 교황과 갈등을 빚다 교황청 경신성사성 장관직을 그만둔 로버트 사라 추기경, 교황의 성소수자 포용 정책 등을 맹비난해온 레이먼드 버크 추기경 등이 꼽힌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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