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 지성으로 말년에 기독교 영성에 천착한 이어령(1934~2022) 초대 문화부 장관의 3주기 추모식이 26일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렸다.
영인문학관(관장 강인숙)이 주관한 이날 추모식에선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 등이 추모사를 전했다. 유 장관은 “고인을 역대 문화부 장관 중 가장 존경한다”며 “재임 중 국립국어연구원(국립국어원 전신)과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창립해 당시 척박했던 문화 분야를 옥토로 만들고 문화 발전의 씨앗을 뿌린 분”이라고 회고했다. 이 위원장은 “선생의 생애는 우리 문화가 근대에서 현대로 탈바꿈하고 K컬처가 인류의 새 로망이 된 노정에 상응한다”고 상찬했다.
이 전 장관의 문학 세계를 살피는 순서도 마련됐다. 문학평론가 김주연은 “고인은 자신이 기획한 1988년 서울올림픽 슬로건 ‘벽을 넘어서’처럼 문화의 전 영역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던 분”이라며 “2010년 기독교 입문 후엔 지성과 영성을 넘나들며 ‘생명 자본주의’를 주창해 우리 사회에 또다시 큰 파장을 일으켰다”고 평했다.
이번 3주기 추모식에 맞춰 고인의 어록집 ‘이어령의 말’과 강연집 ‘이어령, 스피치 스피치’도 출간됐다. 영인문학관은 오는 4월 18일 ‘이어령의 문학사상’ 전을 열어 문예지 에디터로서의 고인을 조명한다. 이번이 첫 전시로, 격년마다 다른 주제로 전시를 기획한다. 두 번째 전시로는 ‘대학교수로서의 이어령’을 준비 중이다. 이 전 장관의 아내 강인숙 관장은 “선생은 여러 분야를 탐구했던 ‘르네상스맨’”이라며 “그분이 생전 팠던 여러 우물을 하나하나 짚어나가는 데 앞으로도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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